“내 나라서 나가”, “유대인이 대량 학살” 증오 공격…스릴추구·보복·사명·방어형 9·11테러 이후 ‘방어형’ 증오범죄 늘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1. 캔자스주에 사는 한 중년 남성은 “내 나라에서 나가”라며 인도 출신 이민자를 살해했다. #2. 뉴욕에서 한 남성은 인종 간 결혼으로 백인혈통이 파괴되고 있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숙자를 칼로 찔러 사망케 했다. #3.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 총기를 난사, 11명을 살해한 남성은 “(유대인이) 내 국민에게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나는 유대인을 죽이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인종이나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취향 등이 다른 특정집단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자신을 ‘악당’이 아닌, ‘영웅’으로 해석한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드러난 증오범죄의 가해자들은 주로 정치·언론을 통해 특정집단에 대해 악화한 신념을 갖게 된 백인 남성이다. 이들은 문화와 인종, 삶의 위기에서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증오범죄를 정당화했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의 분석가인 마크 핏캐비지는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는 백인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부터 시작된다”며 “이는 백인을 보호·구제하는 것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합리화하는 ‘면허’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많은 폭력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2년 노스이스턴대 연구에서 규정한 증오범죄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스릴을 추구하는 경우가 첫 번째다. 종종 백인 남성으로 묘사되는 가해자는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집단의 구성원을 위협함으로써 지배력을 나타낸다. 보복성 또는 사명에 따른 증오범죄도 있다. 나머지는 방어형이다. 자신과 영토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벌인 증오범죄다.
지난 1991~1992년 보스턴 경찰에 보고된 증오범죄 169건을 분석한 결과 4분의 1은 방어형, 3분의 2는 스릴 추구형이었다. 다만, 이런 동기들은 혼합될 수 있다고 WP는 부연했다.
2001년 9·11테러가 증오범죄의 판도를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잭 레빈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위협적인 사건과 관련된 방어형 증오 공격은 이때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9·11테러는) 모든 것을 바꿨다”고 했다. FBI 자료를 보면 무슬림·아랍인을 겨냥한 증오범죄 건수는 2000년 28건에서 2001년 481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02년 증오범죄 피해자 중 중남미 출신은 1%에 불과했지만, 2010년 불황으로 실업이 늘어나는 와중에 이민자가 몰려들면서 그 수치는 40%까지 올라갔다.
WP는 “증오범죄를 부추기는 요인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며 “제조업이 붕괴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백인 남성은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TV를 켜면 그들이 보는 얼굴은 더이상 흰색이 아니다.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 했다. 백인들은 자신의 지위를 잃고 있다는 깊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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