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ㆍ알바몬ㆍ알바천국 실태조사 -응답자 중 31% “성희롱 당한 적 있다” -남성 고용주ㆍ남성 손님ㆍ남성 동료순 -불쾌한 성적 발언 27%로 가장 빈번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모(20ㆍ여) 씨는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후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한 달쯤 전부터 늦은 오후 시간대면 찾아온 ‘진상 손님’ 때문이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찾아올 때마다 “눈웃음이 예쁘다”, “손이 부드럽다”며 말을 걸어왔다. 물건을 건네줄 때 갑자기 손을 꽉 잡아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나이를 물어보며 “남자친구는 참 좋겠다”, “괜찮은 배달음식점이 있는데 집 안에서 저녁을 함께 먹지 않겠느냐”고 하는 등 치근덕거림이 심해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함께 “아가씨 집인 것 같은데, 얼마 전 우연찮게 문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며 “혼자 사는 아가씨가 밤 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말해 소름이 돋았다. 김 씨는 “한 번 더 눈에 띄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무서운 건 사실”이라며 “사람을 마주하는 아르바이트는 다신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3명 중 1명은 이같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아르바이트 청년 10명 중 7명이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서울시와 온라인 직업정보서비스업체 알바몬ㆍ알바천국이 함께 지난달 12~21일 10일간 전국 아르바이트생 672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31%가 ‘아르바이트 중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남성 고용주가 37%로 가장 높았다. 남성 손님(27%), 남성 동료(21%), 여성 고용주(5%), 여성 동료(4%) 등이 뒤따랐다. 성희롱 피해가 발생한 사업장 규모는 ‘4~10인 미만’ 41%, ‘1~4인 미만’ 25%, ‘30인 이상’은 17%로 확인됐다.

청년들은 성희롱 사례 중 ‘불쾌한 성적 발언’이 27%로 가장 빈번하다고 언급했다. 외모 평가(25%), 신체접촉(20%) 등도 많았다고 응답했다. 들은 말을 보면 “속옷 사이즈가 어떻게 돼? 속옷 사줄까?”, “아가씨 너무 예뻐서 쳐다보느라 커피를 쏟았네”, “예쁜이 보러 내가 여기 맨날 온다”, “남자답게는 생겼는데 전 알바보다 못생겼네” 등이 있다. 손목을 자기 허벅지에 갖다 대곤 “어때? 허벅지 보면 할아버지 안 같지?”라고 말한 사례도 접수됐다.

성희롱을 당한 청년 대부분은 ‘불쾌감과 분노를 느꼈다’(41%)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싶었다’(29%), ‘우울했다“(13%)고도 했다. 이들은 ”그 손님만 오면 불쾌하고 그 손님이 또 올까봐 불안했다“, ”돈이 없어 알바르 하는 게 서러웠다“,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등 의견을 남겼다.

실태조사에 응한 청년 중 29%는 이런 성희롱 피해가 월 1~2회는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거의 매일 발생한다고 답한 이도 7%나 됐다.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도움 받는 방법에는 대부분 모른다(68%)고 응답했다. 또 성희롱을 당한 후 60%는 ’참고 넘어갔다‘, 15%는 ’대응 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고 했다. ’상담센터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민원 접수를 했다‘는 응답자는 고작 2%였다.

현장에선 성희롱 예방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응한 아르바이트 청년 중 59%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서울 위드유(#WithU) 프로젝트‘ 출범식을 가졌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성희롱ㆍ성폭력에 취약한 노동자 보호를 위해 동참하겠다는 업무협약을 맺은 행사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많은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성희롱으로 고통받지만,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혼자 고민한다“며 ”시민의 편에서 서울시가 함꼐 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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