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조항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경영계 “방어권 필요” 전문가도 입장 갈려…“대승적 합의해야” vs “시간 두고 더 논의해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극명한 이유는 비준 문제의 중요성이나 파장에 대한 해석이 다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사 각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 당위성에 대한 입장조차 모아지지 않은 것이다. 정부 역시 이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ㆍ관행개선위원회 위원과 외부 노동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보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의 중요성이나 파장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미비준시 유럽연합(EU)이 실질적인 통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유럽연합의 경고도 엄중히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상 ILO 협약 비준노력 의무와 관련해 9일까지 구체적인 조치를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승욱 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센 내용으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하면서 “과거 EU가 유사한 상황에서 라트비아나 스리랑카 등의 국가에 경제 제재를 가한 바가 있고, ILO도 지난 2000년 모든 회원국에 미얀마에 대해 모든 협력관계를 중단하라는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영계는 “보복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며 “오히려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이라고 보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언제까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기한은 없다”며 “미비준 시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하지만 기업 측인 저희가 직접 알아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도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영계 주장대로 FTA상 직접적인 무역제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FTA상 제재는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한국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도 비준을 서두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가 입을 피해를 고려해 경영계가 한발 물러서 대승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며 “만약 경사노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여전히 ILO 핵심협약을 서둘러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며 “유럽 등과는 전혀 다른 노동환경 상황에서 노사 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ILO 핵심협약을 꼭 비준시켜야 할 이유에 대한 의문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핵심협약 관련한 논의가 현재까지 노동계 민원에만 좁게 국한돼 있다”며 “경영계가 생각하는 불합리요소도 함께 고려해 공정한 단체협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닌 만큼 시간을 더 갖고 선진적인 노동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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