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지난해까지 100회 대회를 마친 미국프로골프(PGA) 협회가 주최하는 메이저 골프 대회 PGA챔피언십을 대표하는 명승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4대 메이저의 하나지만 마스터스에는 인지도에서 밀리고, 디오픈에는 역사성에서 밀리고, US오픈에는 출전 규모에서 밀리는 게 바로 PGA챔피언십이다. 이 대회는 1957년까지는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열렸지만 결국 TV방송 중계의 편의를 이유로 현재의 4라운드 스트로크 방식으로 바꾸는 등 변화를 겪으면서 정착하지 못했다. 개최 일정도 2, 3, 5, 7, 8월을 오갔을 정도였다. 올해는 일정 조정으로 인해 종전 8월에서 5월로 3개월 다시 앞당겨 치른다. 하지만 이 대회는 ‘드라마틱한 우승 스토리’에서 못지않다. 잭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18승 중에 5승을 여기서 거뒀고 우즈는 4승을 달성했다. 그중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를 골라봤다. 2000년: 우즈와 메이의 연장전 켄터키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82회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날 5언더파 67타를 치면서 최종합계 18언더파로 밥 메이와 공동 선두로 마쳤다. 우즈는 16번 홀부터 열린 3홀 연장전 끝에 극적으로 우승하면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로써 우즈는 이 해에 3개 메이저 대회를 연달아 우승하면서 이듬해 완성된 ‘타이거슬램’의 7부 능선에 올라섰다. 우즈는 마지막날 메이에 한 타차 선두, 3위 토마스 비욘에는 4타차 선두로 출발했다. 초반에는 우즈가 보기 두 개를 적어내면서 역전당했지만 7, 8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동타가 됐다. 이후로 한 타차의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우즈가 10미터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 15미터 버디로 받아치는 메이, 그렇게 두 사람은 연장전 3홀을 치르고 나서야 우즈가 한 타차 이기면서 승부가 갈렸다.
1991년: 9번째 대기선수 댈리의 기적 인디애나주 카멜의 크룩트스틱 골프장에서 열린 73회 대회는 출전 대기번호 9번째였던 존 댈리가 뒤늦게 연락을 받고 밤새 차를 몰고와 출전한 끝에 우승했다. 닉 프라이스가 자녀 출산을 이유로 갑자기 기권하자 그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었다. 당시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댈리는 연습라운드 한 번 없이 1라운드에서 코스를 처음 보았고, 캐디 조언에 따라 경기를 이어갔다. 첫날 3언더파 공동 8위였던 댈리는 둘째날 5타를 더 줄이면서 한 타차 선두로 올라섰고, 마지막날 브루스 리츠케를 3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09년: 양용은의 역전 우승미네소타주 체스카의 헤이즐틴내셔널에서 열린 91회 대회에서 첫날 5언더파로 선두로 나선 타이거 우즈는 3라운드까지 와이어 투 와이어 선두를 지켰다. 3라운드에서 양용은은 5언더파 67타로 2위로 올라서면서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날 양용은은 우즈의 2타차 뒤에서 출발했으나 4번 홀에서 동타를 만들었고, 14번 홀 이글을 잡으면서 앞서 나가더니 마지막 홀에서 기막힌 하이브리드 세컨드 샷으로 버디를 추가하면서 우즈에 3타차 역전승을 거뒀다. 그해 소니오픈 우승에 이어 PGA투어 2승째였다. 아시아 선수가 거둔 메이저 첫승이기도 했다. 1923년: 사라센과 하겐의 38홀 혈투 뉴욕 펠함컨트리클럽에서 열린 6번째 PGA챔피언십에는 21승을 가진 사라센이 10살 많은 22승의 월터 하겐과 명승부를 벌였다. 사라센은 디펜딩 챔피언이고 하겐은 2년전 챔피언이었으니 최고 선수들끼리의 맞수 대결이었다. 하겐은 마침 전년도 대회를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본 게임이었다. 이들은 토요일의 결승전에서 18홀 매치에서 승부를 보지못했다. 이후 이어진 연장 18홀에서도 무승부였고 두번째 서든데스인 38번째 홀에서 승부를 냈다. 이후로도 34년에 폴 런얀이 크리스 우드를, 1941년의 V. 게지가 바이런 넬슨을 38번째 홀에서 이겼으나 이 경기가 최고의 명승부였다.
2003년: 랭킹 169위 션 미킬의 첫승 뉴욕 로체스터 오크힐에서 열린 제 85회 대회 마지막날 마지막 홀에서 션 미킬은 7번 아이언으로 한 두 번째 샷이 홀 바로 옆에 붙이면서 버디를 잡았다. 채드 캠벨을 2타차로 제친 우승일 뿐만 아니라 164번째 출전한 PGA투어에서 거둔 생애 첫 우승이기 때문이었다. 이 대회에 출전 전까지 미킬의 세계 랭킹은 169위에 불과했을 정도로 기적적인 우승이었다. 1999년: 우즈와 가르시아의 한 타 승부 시카고 인근 메디나골프장에서 열린 81회 대회는 30도 이상의 무더위 속에 열렸다. 23세의 타이거 우즈는 2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앞두고 마지막날 부진하면서 간신히 선두를 지켜냈다. 19세의 스페인 청년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16번 홀 나무숲 뒤에서 한 불가능해 보이는 기막힌 두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 퍼트를 아깝게 놓치면서 우즈에게 한 타차 2위로 마쳤다. 경기를 마친 우즈는 “마지막에 이렇게 떨려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2014년: 어둠 속의 매킬로이 역전 우승켄터키주 발할라에서 열린 96회 대회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어둠 속에서 우승했다. 마지막날은 악천후로 인해 대회가 중단되고 재개됨을 반복했다. 매킬로이는 한 타차 선두로 필 미켈슨, 리키 파울러와 한 조가 되어 출발했다. 일몰 이후에 어둠 속에서 마지막 홀을 시작한 매킬로이는 어둠속에서 그린을 공략해 결국 파를 잡으면서 미켈슨에 한 타차로 역전 우승했다. 2002년: 우즈의 막판 추격과 빔의 첫승 리치 빔은 헤이즐틴내셔널에서 열린 84회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날 선두에 3타차 뒤진 3위로 시작한 빔은 11번 홀에서 이글을 잡는 등 4언더파로 마치면서 한 타차 우승했다. 2타차로 앞선 채 맞이한 마지막 홀에서는 긴장감 때문에 보기를 했으나 우승에는 지장이 없었다. 타이거 우즈는 이날 15번 홀부터 네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마지막까지 우승을 쟁취하려 했지만 한 타차 2위에 그쳤다. 1927년: 월터 하겐의 4연승 피날레 텍사스주 댈러스의 세다크레스트컨트리클럽에서 열린 10회 대회에서 멋쟁이 프로골퍼 월터 하겐이 1924년부터 시작된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준결승에서 알 에스피노사를 꺾고, 결승에서 조 투네사를 1업(up)으로 제압했다. 하겐은 나중에 ‘경기 초반엔 컨시드를 넉넉히 주다가 후반엔 짜게 해서 미스를 유발시키는 멘탈 전략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1921년에 거둔 이 대회 첫승을 합치면 PGA챔피언십만 5승으로 니클라우스와 최다승 타이 기록을 달성했다.
2018년: 켑카의 활약과 우즈의 추격 미주리주 타운앤컨트리의 벨레리브에서 열린 100회 대회에서 첫날은 게리 우들랜드가 6언더파 64타를 쳐서 선두로 나섰다. 이후 우들랜드는 2라운드까지 견고하게 한 타차 선두를 지켰다. 3라운드 무빙데이에서 브룩스 켑카가 2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날 켑카는 4언더파를 쳐서 2타차 우승을 거뒀다. 43세의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6언더파 64타를 치면서 맹렬하게 추격해 한 타차까지 따라잡아 2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