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으로 전환할 우려가 높은 단지가 있는 지역을 지정했다.” 정부가 지난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서울 강남과 성동, 용산, 마포구 등에 있는 27개 동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근거다. 이들 지역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를 높이려 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후분양이 어느새 ‘우려’할 대상으로 추락한다. 국토교통부 일각에선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여긴다. 후분양이 어쩌다 이런 취급을 받게 됐을까.
후분양은 아파트를 다 지은 후 분양하는 방식이다. 100% 준공 후 분양하는 형태와 골조만 지은 후 팔고, 집을 산 사람들이 개개인 입맛에 맞게 인테리어를 하는 형식으로 나뉜다. 다 지은 집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후분양은 사실 1977년 선분양 제도 도입 이전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한두 푼도 아닌 집을 사는데 어떻게 직접 보지도 않고 살 수 있나!
현재와 같은 선분양 제도는 단기간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편법이었다. 선분양 제도에선 청약자가 계약금을 내고, 공사과정에서 중도금과 잔금을 지불한다. 건설사는 계약자가 준 돈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다. 건설사는 땅만 사서 청약자가 준 돈으로 집을 짓고 나면 엄청난 수익이 생긴다. 이 제도는 짧은 기간에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하는 일등 공신이 된다. 그런데 선분양이 시장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수요와 공급 격차가 수시로 발생한다. 건설사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 돈을 벌기 위해 대규모로 아파트를 분양한다. 정부는 마구잡이로 신도시를 지정한다. 그런데 2~3년 후 입주 시기 경기가 꺾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규모로 ‘미입주’가 발생하고, 침체가 심화한다.
‘사기분양’ 논란도 수시로 터진다. 화려한 모델하우스를 보고 샀는데 지어놓고 보니, 교통이나 주변 환경이 분양할 때 홍보했던 것과 다르고, 인테리어 등 내부 자재도 엉망이다. 툭하면 소송전이 벌어진다.
이럴 때 즈음 더 이상 선분양을 할 필요가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주택보급률도 이미 100%를 넘었으니, 더이상 건설사를 살찌우는 선분양을 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후분양 제도 확대 계획은 처음 시작했다. 반발이 컸다. 중소건설사에 직격탄이 될 것이며 공급이 줄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계약자도 한꺼번에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추진 계획은 잘 진행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장 정상화’ 차원으로 후분양 도입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17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분양 도입을 확대하는 계획이 담긴 ‘후분양 로드맵’을 내놓았다. 올 4월 발표한 ‘2019년 주거종합계획’에도 ‘후분양 활성화’가 주요 사업 목표로 담겼다. 2022년까지 공공분양 물량의 70%까지 단계적으로 후분양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런 정부가 이젠 후분양을 도입하겠다는 재건축 단지를 막겠다고 하고 있다. 다 짓고나서 집값이 오르건 내리건 시세에 분양하겠다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2~3년후 시장 가격을 미리 판단해 규제하겠다는 태도다.
선분양제가 불합리하다고 비판받는 대표적인 논리 중 하나는 짓기도 전에 분양가를 비싸게 결정해 팔고 있다는 것이다. 똑 같은 맥락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비판할 수 있다. 짓기도 전에 집값이 어떻게 될지 알고 미리 가격을 통제하나? 진지하게 제안한다. 이 기회에 후분양제도 도입을 서두르는 건 어떤가?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강남 재건축 단지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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