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의 빚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을 한국은행에 의해 밝혀졌다. 소비둔화로 업계 상황이 악화되면서 요식업,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의 자영업 대출이 1년새 13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소비불황과 과당경쟁, 그리고 임대료•최저임금 등의 비용 상승에 따라 일부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가계대출 성격을 띤 생계형 대출까지 가세하면서 규모를 키운 셈이다. 특히 지난해 말 4개 은행들의 개인업자 대출 잔액은 총 204조5529억 원으로 전년 말 191조769억원 대비 7.1%인 13조476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자영업 대출 증가 흐름 속에 대출의 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연소득 3000만 원이하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 금액은 총 51조8000억 원에 달한 것이다. 이중 잠재적인 부실을 나타내는 연체 차주 대출 비중의 경우 저소득 자영업자가 4.1%로 다른 자영업자(2.2%)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해당 수치가 2018년 말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90일 이상 장기 연체 차주의 대출 비중이 2017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저소득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이자상환부담률은 지난 2017년 19.6%에서 지난해 3분기말 23.9%로 상승하는 등 상환능력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많이 몰려있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부문 등을 들여다보면 연체율 증가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4대 은행의 숙박•음식업 등의 대출 연체율은 2018년 말 0.2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29%로 올랐고 같은 기간 도•소매업 연체율은 0.32%에서 0.36%로 높아졌다. 이처럼 대출이 증가하는 반면,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월 평균 87만9800원으로 전년 3분기에 비교해 4.9%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폭 감소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대출지원 보증을 담당하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2503곳의 자영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해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결과를 봐도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은 지난해 3분기 매출 감소를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규모가 작고 업황부진을 견뎌낼 여력이 부족해 경기둔화 시 대출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살림살이가 어려워 눈물을 머금고 은행 예•적금과 장기 보험상품 등을 중도에 깨야 할 만큼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 졌다.

이같이 살림살이가 어려운 업체의 대부분이 자영업자인 개인사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음식업이나 도•소매업 등의 빚이 불어나는 것은 소비 둔화로 인한 업계상황의 악화 탓도 있겠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데 인건비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어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600여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중 상당수가 이런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은 간단하게 볼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 대부분은 총지출의 70~80%가 인건비로 나간다. 그렇게 많이 인건비를 올리지 말고 예전처럼 7~8%대 정도로 순차적으로 올렸어도 문제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으로 혜택을 주고 있으나 이마져 지난해보다 25%가 줄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5인 미만 영세사업체 기준으로 지원해 주는 월 15만원도 11만원으로 낮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는 또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분배에 초점을 둔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부분이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경제성장률 최악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 경제의 근간인 최저임금과 힘겨운 씨름을 벌이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경제정책이 바뀔 것인가. 자영업자들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최저임금의 급속 인상이 부른 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으로 이어지면 최저임금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은가. 하루빨리 자영업자의 무더기 파산이 오기 전에 반드시 생계형 대출의 늪에 빠진 서민들을 위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최상의 대책은 우리나라 경기를 살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