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수탁자책임위, 전문성 강조

한진칼 ‘캐스팅보트’ 역할 첫 과제

한진가(家)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이르면 다음주 새 진용을 드러낸다. ‘전문성’을 강조하며 새로 출범하는 만큼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어떤 의견을 피력할지 업계 주목이 쏠린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이달 1일부터 시행된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하위 3개 전문위원회 구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전문위원 추천 인사 명단을 받아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르면 다음주께 새로운 명단이 발표될 예정이다.

국민연금 보유 주식 주주권과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검토·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기존 14명 비상근위원 체제에서 상근위원 3명, 비상근위원 6명 총 9명 체제로 바뀐다. 상근위원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의 추천을 받아 기금운용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한 인물이 임명된다. 비상근위원의 경우 관계 전문가 중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6명이 임명되는데, 자본시장연구원이나 금융연구원 등 연구기관 및 정부 추천을 통해 기금위 외부 전문가가 추천될 것으로 보인다.

2기 수탁자책임위는 출범하자마자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라는 무거운 역할을 맡게 됐다. 지난달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함께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전날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현행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각 진영의 의결권 지분율은 조 전 부사장 측이 32.06%, 조 회장 측이 32.68%로 거의 같다.

3.45%(지난해 6월 말 기준)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한진 그룹의 향방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한진칼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인만큼, 수탁자책임위는 출범 직후 ISS, 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자문사의 의견을 받아 서둘러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명분 상으론 조원태 회장 측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CGI는 그간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등 오너가 일탈을 지적해왔고, 조 전 부사장이 이끌었던 호텔·레저사업 투자도 무리하다고 비판했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주총에서 승리,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재차 경영 불확실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밝힌 전문 경영인제도가 조 전 부사장 등 오너 일가로부터 얼마나 독립성을 보장하게 될지, 양측이 앞세울 기업가치 제고안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등에 국민연금 표심이 좌우될 전망이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