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네트워크·수요 버리기 힘들어

코로나 후에도 마땅한 대안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로도 공장이나 생산 거점 이전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형성한 비즈니스네트워크의 중요성과, 15억 인구의 중국 현지 수요, 낮은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 등의 이유로 다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베트남과 인도 등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 등에 대해서도 압도적으로 부정 의견이 많았다. 이같은 결과는 코로나19 초기 중국 내 공장의 셧다운을 경험하며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 활동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중국을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기업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19일 헤럴드경제가 여론조사기관 텔서치와 공동으로 국내 주요 제조 및 유통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중국내 생산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91.4%인 276개 기업이 ‘없다’고 답했다.

대기업에서 95개 기업 중 90개 기업(90%), 중소기업에서는 207개 기업 가운데 186곳(89.9%)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기업들이 중국 생산 공장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중국 현지의 네트워크와 15억 인구의 중국 시장, 낮은 인건비 등이 꼽혔다. 275개 응답 기업의 323건(복수응답 포함) 중 132개 기업(40.9%)이 기존에 형성된 비즈니스 네트워크 중요성이라 답했으며, 중국 현지 수요 대응은 110개 기업(34.1%), 낮은 인건비 등 비용 절감 효과에 답한 기업은 64곳(19.8%)이었다.

이는 중국 내에 구축한 생산 공급망을 포기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문제에 더해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기업들의 현실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탈(脫)중국 등 공급망 재조정에 영향을 주었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크게 앞섰다. 전체 302개 기업 가운데 113곳(37.4%)이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92곳(30.5%)은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70% 가까운 기업이 공급망 재조정에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이다. 지난 2월 현대차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조달해 온 부품 재고가 고갈되면서 한국 내 공장 7곳의 가동을 모두 중단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 규제파고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등을 겪으며 국내 기업 전반에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외 국가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한다면 축소할 계획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302개 기업 가운데 232곳(76.8%)이 ‘축소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 중인 기업들 가운데서는 선호 지역으로 동남아지역이 꼽혔다. ‘중국 이외 생산거점을 검토한다면 어느 지역을 고려 중인가’의 질문에 302개 전체 기업 중 83.1%인 251개 기업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가운데, 12.9%인 39개 기업이 동남아시아 지역을 지목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공장을 옮긴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 지출을 수반하는데, 국내 복귀 혹은 동남아 이전 등은 비용을 상쇄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신규 공장 증설이라면 고려할 수 있겠지만, 공급망 자체를 재조정하기엔 기업에 주어질 유인이 없어 기존 공장의 중국 잔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