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해운·유통·호텔분야 총22건 바이아웃 투자

위기속 기회 발굴…한국기업 가치향상 일등공신

작년말 3조8000억 규모 3호 블라인드펀드 조성

높은 투자 성과…‘업계 최고 하우스’ 글로벌 명성

한상원 대표이사
한상원 대표이사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올해 창립 10주년(2010년 5월 설립)을 맞았다. 2011년 8200억원의 1호 펀드를 조성한 이후 불과 2~3년 만에 ‘업계 최고의 하우스’란 평판을 얻는 등 급성장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가치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한 회사의 밸류업을 위해 긴 호흡의 투자를 마다하지 않은데다 책임경영을 위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적자 늪에 빠진 시멘트업과 해운업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황에 민감해 밸류업이 까다롭고 빠른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두 업종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다른 PEF 운용사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던 업종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국내를 넘어 해외 PEF 업계에서도 인지도와 영향력이 빠르게 향상됐다. 지난해 3조8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위기 속 기회 발굴…운용성과 높아 신뢰=한앤컴퍼니는 1호 펀드와 2014년 1조4300억원의 2호 펀드를 바탕으로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에 총 22건의 바이아웃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한앤컴퍼니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총 매출은 13조1000억원이며 총 자산은 20조7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그동안 투자한 22건의 회사에서 한 건의 손실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바이아웃 투자로 회사 경영에 적극 참여,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기업가치 향상에 집중한 덕분이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시멘트 회사를 꾸준히 인수, 국내 1위 시멘트 회사인 쌍용양회를 탄생시킨 것은 국내 PEF 업계에 길이 남을 기록이다. 쌍용양회는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기 전인 2015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이 15.3%에 불과했으나 2018년 24.3%까지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17.6%에서 지난해 말 88.4%로 하락했다.

한앤컴퍼니가 2014년 한진해운의 전용선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시킨 에이치라인해운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운임에 연료비 상승 반영, 선박금융 대출의 금리 조정,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섰다. 실제로 2014년 매출 3088억원, 영업이익 678억원이었던 에이치라인해운의 실적은 지난해 매출 7190억원, 영업이익 1869억원으로 불어났다. 투자가 마무리된 1호 펀드는 이미 투자자들이 원금 이상을 회수했으며 투자금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익률이 예상되고 있다.

호텔·렌터카·에너지…섹터 확장하는 한앤코=제조업 분야에 강점을 보여 ‘굴뚝산업 강자’란 타이틀을 얻었던 한앤컴퍼니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7년이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경주와 울산, 목포에 5성급 호텔을 보유한 호텔현대를 2000억원에 인수하며 호텔업에 뛰어든 것.

한앤컴퍼니는 국내 관광·호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연이어 호텔을 사들였다. 같은해 12월 전북 전주에 있는 르윈호텔(옛 전주 리베라호텔)을 100억원에, 2018년 11월에는 STS개발로부터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을 600억원 안팎의 가격에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한 5개 호텔을 묶어 ‘라한호텔’이라는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앞서 시멘트와 해운 분야에서 추가 기업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려 기업가치를 제고한 ‘볼트온’ 전략을 호텔체인으로 확장한 것이다.

렌터카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2018년 3월 국내 최대 중고차 유통업체인 SK엔카 직영사업부(케이카)를 인수한 데 이어 5월 국내 10위권 렌터카 업체인 조이렌트카를 CJ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케이카에서 중고차 렌탈서비스를 제공하고, 케이카캐피탈을 설립해 중고차금융시장까지 진출했다.

또 부동산 및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업체인 SK D&D를 인수하며 에너지 시장에도 진출했다. 2020년 2월 SK케미칼로부터 바이오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4년여간 보유했던 웅진식품 지분 74%를 대만 퉁이그룹에 매각하며 투자 회수에도 나섰다. 1150억원에 사들인 웅진식품을 2600억원에 매각해 큰 주목을 받았다.

3호펀드 ‘3조8000억’ 어디로= 한앤컴퍼니는 2019년말 3조80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국내 기업에만 투자하는 목적으로 수조원대로 조성된 거의 유일한 블라인드펀드인데다, 현재까지 3호 펀드에서 투자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어떤 투자로 스타트를 끊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 포트폴리오 전체가 바이아웃이었던 전례를 이어 향후 투자 또한 중량감 있는 기업 인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볼트온 명가라는 이름에 맞게 최근 영역을 넓혔던 호텔이나 렌터카, 에너지사업을 추가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관련 산업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가져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4~5년 안에 엑시트를 목표로 하는 다른 PEF 운용사들과 달리, 중장기 투자를 진행하는 한앤컴퍼니의 향후 엑시트 전략도 관심이 높다. 1호 펀드에서 투자한 쌍용양회가 최근 우선주 전량을 공개매수하기로 하면서 한앤컴퍼니가 엑시트를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온시스템과 코아비스 등도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시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성미·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