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신현빈(36)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외과 직업외과 레지던트 3년차 장겨울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펼쳤다.
장겨울은 안경을 쓰고 묶은 머리에 차갑고 무뚝뚝하며 일밖에 모르는 의사였다. 하지만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신현빈은 장겨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긴 머리를 푼 여신(女神) 같았다. 신현빈은 차가운 미녀가 아니라, 차분하고 이지적이며 따뜻한 느낌이 났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된 신현빈은 이번 드라마가 좀 더 특별했을 것 같다. 현실적인 상황과 대사가 좋았다고 했다.
“의사들의 좋은 반응이 많았다. 판타지 요소도 존재하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겪고 있는 상황이 현실적이다. 조사와 고증에 바탕을 뒀다고 한다.”
신현빈은 장겨울 캐릭터를 어떻게 파악하고 해석했을까? 답변이 꽤 구체적이다.
“순수한 사람이다. 연차와 대비해 나이가 어리다. 전문의 4년차까지 성실하게 밟아오다 보니 놓친 것들이 있다. 그것이 사랑일 수도 있다.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걸 잘 못하고, 자기 것만 가지고 가기에도 바쁘다.”
신현빈은 “장겨울은 현실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있을법한 인물이다. 알고보면 괜찮은데 첫 인상에서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나도 연기할 때도 차갑고 무뚝뚝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무던하고 순수하다는 부분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게 캐릭터가 맹하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겨울과 정원(유연석)간의 러브라인도 큰 화제가 됐다. 시청자들은 이들을 ‘윈터가든’(겨울정원)이라 부르며 응원했다. 시즌1의 최종회에서 겨울이 정원에게 줄곧 향했던 짝사랑이 결국 받아들여져 커플이 됐다. 마지막 키스신은 서로 대화 없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극중 의사들의 멜로가 많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극중 의사들에게 러브라인이 많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병원 생활이 현실적으로 표현된 게 많았다. 사랑에 대한 감정도 현실적이다. 사랑은 계기, 단계가 있겠지만 실제의 감정은 언제,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겨울이 정원을 혼자 좋아하면서 쌓아온 감정들, 눌러왔던 감정들이 터지는 신이 키스신이라고 생각한다.”
신현빈은 겨울이 짝사랑을 하면서도 정원(유연석)이 유독 자신에게 선을 긋는 행동을 해 결국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또한 이 드라마의 러브라인들이 모두 재미있었다고 했다. 적은 분량으로 많은 걸 보여준 러브라인들은 다른 드라마의 러브라인과 달랐다는 것.
“드러내고 하는 게 아니라, 살아나가는데 연애 감정이 오고, 설렘과 짝사랑의 순간이 현실적이다. 그래서 많이들 좋아해주신 것 같다. 감독과 작가가 감정선을 잘 연결시켰다. 사람에 대해, 감정에 대해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더라. 현실적인 감정과 사소한 장면들이 쌓여 감정들이 만들어지는 장면들은 감탄하면서 보게 된다."
신현빈은 결정적인 이 드라마의 차별점을 말했다. 작품을 제안받았을때, 대본을 봤을 때도 느낀 생각이었다고 했다.
“상황들 속에 인물이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인물을 위해 드라마가 움직이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람을 위한 이야기라는 점이 재미 있었고, 참여한 배우인데도 내가 나오지 않는 부분들을 시청자처럼 보게 되고 캐릭터들을 애정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의 입장에 빠져 보기는 처음이다.”
신현빈은 장겨울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디테일에 큰 공을 들였다. 겨울이 사회성이 부족해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것이 첫번째다.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인데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지문에는 샌드위치를 맹렬히 먹는다고 돼있다. 미리 배달시켜 먹어봤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었다.”
환자의 발에 붙은 구더기를 직접 손으로 떼어내는 장겨울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신현빈은 “진짜 구더기나 CG가 아닌 ‘밀웜’(딱정벌레목 거저리과에 속하는 유충으로 반려동물의 먹이와 식용 곤충으로 사용됨)이었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는 이런 과감한 모습은 정원이 겨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어서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신현빈은 “익준(조정석)이 이혼후 홀로 키우고 있는 어린 아들 우주가 ‘엄마가 우주 보고 싶지 않으면 우주도 엄마 안 보고 싶어.우주는 아빠만 있으면 돼’라는 대사를 하는 걸 보면 아이에 대해서도 관념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모든 인물에 다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출신인 신현빈은 미술 이론을 전공했지만 많은 고민끝에 좀 더 좋아하는 일인 연기로 직업을 바꿨다. “시즌1이 끝났지만 열린 결말이라 앞으로도 여러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것도 현실적이다. 시즌2, 시즌3도 계속 하고싶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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