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전국 의사 총파업 강행
전임의 이어 개원의도 혼란 예고
대학병원 “응급환자 차질없게”
의협 “집단행동속 해법도 모색”
“당뇨가 있어 3개월마다 동네 내과를 가는데 내일부터 동네의원들도 파업을 한다고 해서요. 아직 병원 갈 날이 조금 남았지만 오늘 미리 가서 진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코로나 상황에 의사들까지 파업을 한다니 걱정이네요.”(서울 송파구 A씨)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의사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24일 긴급회동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의료계는 예정대로 26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전공의와 전임의에 이어, 동네의원들까지 진료에서 손을 뗄 경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 있었던 의료계 총파업 이후 최대의 의료대란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협, 면담했지만 견해차 좁히지 못해…26일부터 총파업=의료계 총파업을 앞두고 24일 오후 정부는 의협과 만났다. 정부 측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협 측에서는 최대집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 총리는 면담 모두발언에서 “의협이 집단 휴진을 강행하면 환자는 두려워하고 국민은 불안해할 것”이라며 “정부의 의료 정책을 둘러싼 쟁점을 두고 의협 측과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 이어진 면담 후 박 장관은 “이른 시일 안에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 마음이 통한 것 같다”며 “긍정적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복지부와 의협 실무진 간에 구체적 내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지만 이미 예고한 집단행동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종합병원 벌써 수술·진료 일정 차질…동네의원서도 같은 상황 예상=이처럼 26일 전국 의사 2차 총파업이 예상되면서 큰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단 하루에 그쳤던 지난 7일 전공의 집단휴진이나 14일 전국의사 1차 파업 때와는 달리 이번 2차 집단휴진에는 모든 직역 의사들이 참여한다. 기간도 28일까지 사흘간 이어질 예정이다.
게다가 이미 파업에 들어간 전공의들은 3일간의 파업에 참여하고 나서도 현장으로 곧바로 복귀하지 않고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대학병원 핵심 인력을 구성하는 이들이 복귀 일정을 정하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만큼 의료 시스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파업에 들어간 전공의와 전임의로 인해 대학병원 진료와 수술은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간 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실 중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고 예약했던 날짜에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수술마저 연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서울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 10건을 연기하고 신규 입원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맡아왔던 외래진료는 그나마 운영되고 있지만 전공의가 없어 수술은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마저 파업에 동참한 서울대병원 역시 환자들의 진료를 취소하는 등 조정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일부 외래진료 환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졌고 예약환자의 스케줄을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에 따르면 24일까지 충남대병원·을지대병원·대전성모병원·건양대병원 전공의 400여명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집단행동 방침에 맞춰 진료 현장을 벗어나 있다. 응급실·투석실·분만실·중환자실 등 이른바 필수인력이 필요한 부서의 경우 일부 인턴과 레지던트가 교대 근무를 하고는 있으나, 전임의까지 투입되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의사들의 파업이 있더라도 대학병원들은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 필수 의료가 필요한 곳에는 진료 공백이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나 전임의가 빠지더라도 중증 환자나 응급 환자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 병원 방침”이라며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부터 시작되는 전국의사 총파업에 동네의원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참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에서는 회원들에게 파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파업에 동참할지는 파악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업 참여율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협 “정부와 해결 방안 모색할 것”=이번 의료계 파업은 규모 면에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벌어졌던 의료계 총파업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의약분업이란 환자에 사용될 의약품의 처방은 의사가 하고, 조제는 약사가 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전까지는 처방과 조제 권한 모두를 가졌던 의사들은 이 제도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동네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전국 2만여곳, 약 90%의 동네 병의원이 집단 휴진에 들어갔고 대학병원 전공의 90%가량이 파업에 동참했다. 당시 반년 정도 이어진 파업으로 인해 국민의 불편은 컸다.
한편 의료계는 파업을 강행하면서도 정부와 대화 의지는 내비쳤다. 24일 정부와 간담회 이후 의협은 “복지부와 실무차원의 대화는 즉시 재개하여 의료계의 요구사항 수용을 통한 합리적인 해결을 함께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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