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전 국민 대상 독감백신 접종 논의

업계 “올 해 생산 끝나, 새로 만들어도 내년 초 공급 가능”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정치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백신 제조 업계에서는 “올 해 생산은 이미 끝이 났다”고 말하고 있다. 백신을 추가 생산하게 되더라도 내년 초에나 공급이 가능한데 그 때는 독감 유행 막바지여서 접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7일 백신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은 이미 생산이 끝나고 병·의원 공급과 유통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국내 독감 백신 생산량은 약 3000만명 분량으로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했다. 이 중 무료 접종 대상자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노인 등 1900만명이다.

대개 독감 백신은 연초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올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독감 바이러스 유형을 발표한다. 이를 기반으로 백신 업체들이 3월께 생산에 착수한다. 이후 8월까지 생산을 마친 뒤 시판 전 마지막 품질을 확인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9월 이전에는 모든 생산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방식은 유정란 배양과 세포 배양으로 나뉜다. 이 중 유정란을 이용한 백신 생산은 제조에서 품질 검증까지 약 6개월이 걸린다. 유정란 방식보다 생산 기간이 짧은 세포배양 방식도 최소 3∼4개월의 시간은 필요하다. 만약 지금 당장 생산에 돌입하더라도 내년 1월이나 돼야 추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올 해 전 국민에게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느냐 마느냐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만이 세포배양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주문받은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획도 잡혀 있어 생산 일정을 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신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전 국민 독감 백신 접종’을 놓고 예산안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이미 올해 독감 백신 생산이 마무리되고 포장까지 끝났으므로 지금 생산한다고 해도 올 해 안에는 공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비해 무료 접종 대상자는 반드시 독감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하고 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독감 백신은 지난해까지는 독감 바이러스 3종(A형 2종·B형 1종)을 예방할 수 있는 3가 백신이었으나 올해부터는 4종(A형 2종·B형 2종)을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으로 바뀌었다. 이에 국내 백신 업체 역시 4가 백신 위주로 유통하고 있다.

최천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과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비는 독감 예방접종”이라며 “올해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9월 말에서 10월 안에는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무료 접종 대상자 외에 당뇨병이나 폐 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집단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가급적 독감 백신을 맞는 게 좋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올해 백신 생산물량은 2950만병 정도로 전 국민이 다 맞을 수 있는 양은 아니기에 접종 우선순위에 있는 분들이 먼저 맞을 필요가 있다”며 “무료접종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만성질환자는 접종 받기를 권고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