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배드페어런츠 운영 시민단체 대표 무죄 선고
법률가들, “사적제재를 허용한단 뜻은 아니야”
“디지털 교도소 유죄 가능성 더 높아”
“신상 공개는 정의를 빙자한 디지털 폭력”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다만 이 사건 판단은 공소제기된 허위 사실 여부, 허위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지 피고인이 하고 있는 신상 공개 행위 자체의 적법성 여부는 이 사건 판단 대상이 아님을 유념하세요”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 유창훈)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강모(47)씨의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재판 말미에 이같은 말을 덧붙였다. 강씨는 양육비 지급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160여 명의 이름·나이·사진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한 홈페이지 ‘배드페어런츠’를 개설하고 운영해온 시민단체 ‘양육비 해결 촉구 모임’의 대표다.
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한 법률가들은 법원이 재판 말미에 배드페어런츠 운영자에 대한 재판이 신상공개 행위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이같은 법원의 당부가 “이번 무죄 선고가 사적 제재를 허용하겠다는 뜻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재판부가) 너무 당연한 것임에도 굳이 얘기한 이유는 무죄라고 하면 사람들이 ‘나쁜 놈들 다 신상 공개해도 되는 구나’라고 오해를 할까봐 설명해 준 것으로, 해당 무죄 판결이 신상공개라고 하는 사적 제재를 가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도 “무죄니까 (신상 공개를) 해도 된다는 건 아니고, 그것은 별개의 문제고 (명예훼손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단 취지”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사적 제재’를 가한 사례는 최근 논란이 되었던 ‘디지털 교도소’도 있다. 법률가들은 디지털교도소가 피해자들에게 끼친 막대한 영향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강태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디지털 교도소는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까지 검증 과정 자체가 배드페어런츠에 비해 상당히 상황이 다르다”며 “또한 신상 공개가 됐을 때 개인의 명예훼손 정도도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사안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교도소가 동일한 결론이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도 “디지털 교도소는 허위도 많았고 신상을 공개함에 있어 검증 없이 공개한 게 많다”며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교도소는 유죄의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적 제재’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신업 변호사는 “사적 제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온라인상 신상 공개는 정의를 빙자한 디지털 폭력과 같다”며 “오프라인에서 사적 제재가 허용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에서도 이러한 사적 제재는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 역시 “디지털교도소는 (배드페어런츠와) 결을 달리 하는데, 본질적으론 사적 제재란 측면에선 차이가 없는 거 같다”며 “사적 제재를 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있지만 이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단순히 명예훼손이냐 아니냐를 넘어 사적 제재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법조계 전체적으로도 경각심을 갖고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태욱 변호사 역시 “개인과 개인 간의 복수의 끝없는 순환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가 생긴 것”이라며 “사적 제재는 법에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나치게 막으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많아 표현의 자유와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피해자의 권리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유불급이라고 물론 지나치면 안 된다”며 “디지털교도소는 지나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SNS 계정에 강력사건 피의자 등 156명에 대한 신상 정보 게시글 218건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송치 전 A씨는 “성범죄라든가 진화형 범죄에 대한 형량 규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범행 동기를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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