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에 중저가 매맷값도 올라
전국 집값 17년래 월간 단위 가장 큰 폭 상승
매매와 전세 ‘오른다’ 전망도 최고치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정부가 7월말 새 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5057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대비로는 8272만원이 상승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0만5000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임대차법 시행 후 4개월동안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려면 약 10개월 가까이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30일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해 초 4억7796만원에서 이달 5억6068만원으로 올랐다. 이가운데 5057만원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내용으로 하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8월부터 올랐다.
매맷값도 올랐다.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올 들어 8억6997만원에서 10억2767만원으로 1억5779만원이 상승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로도 4264만원이 올라, ‘차라리 사자’는 매수수요의 움직임을 가늠케 했다.
서울에서 전세난이 본격화된 8월 이후 아파트 매맷값 상승폭이 가장 큰 자치구는 노원구(6.84%), 은평구(6.46%), 도봉구(5.79%)로 ‘전세 대신 매매’가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지역으로 집계됐다.
또 서울의 연립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2.13% 올라 아파트(1.54%)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최근 전세가격 급등으로 빌라와 다세대 등으로까지 매수세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서울 및 수도권의 매매와 전세가격 동반 상승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 주택 매맷값은 11월에 전월 대비 1.43% 상승했는데, 이는 2003년 5월 1.63% 상승한 이래 17년 만에 최대폭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KB부동산 전국의 매매와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이달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0~200 범위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전망이 강하다. 전국의 KB 회원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묻기 때문에 현장의 움직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기도 하다.
KB부동산 매매가격전망지수는 11월 전국 기준 121.6을 기록했다. 2013년 4월부터 시작된 관련통계 집계 이후 가장 강한 상승 전망이다. 10월에는 이보다 10포인트 낮은 111.0을 기록한 바 있다. 전세전망지수 역시 이달 전국 기준 135.0으로 2016년 1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의 전세가격 전망지수가 130을 넘어선 것은 최근 5년래 지난달(131.7)과 이달 단 두차례 뿐이다. 역대 가장 강한 상승 전망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매와 전세 시장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시장의 거래를 정상화시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규제하면 공급이 준다는 걸 시장이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점점 더 오른다”면서 “전국의 160만 임대사업자나 혹은 다주택자가 매매에 나설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 등을 낮춰야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매매와 전세 시장 모두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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