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허태웅 제29대 농촌진흥청장은 별명이 ‘허태풍’일 정도로 불도저식의 업무추진으로 정평이 나 있다. 허 청장은 지난 8월14일 임명된 후 취임식도 하지 않고 이튿날인 15일 전남 곡성과 전북 남원의 수해지역을 찾을 정도로 현장형 리더다.
허 청장은 공직 입문후 줄곧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굵직한 농정정책을 수립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농협 금융·경제 분리에 대한 정부안을 처음으로 만든 것이다. 또 ‘농촌 정예인력 10만명 육성’ 방안도 입안했다. 2007년 농협이 야구단(현대유니콘스)을 인수하려고 할 때 “농협 자금은 농민에게 써야 한다”며 만류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농식품부 내 선후배들로부터 신망도 두텁다. 특히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하고 사석에서 트롯트 오디션을 이야기할 정도로 막연한 선후배 관계다. 평소 일처리의 맺고 끝는 부분이 분명하며,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이다.
허 청장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국산 품종 개발·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종자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종자 로열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농진청에 따르면 주요품목(채소·화훼·과수·특용 4분야 및 딸기·장미·키위·버섯 등 12작목) 로열티 지불액은 2010년 153억1000만원원에서 지난해 103억1000만원으로 지난 10년간 50억원 줄었다. 이는 해당품목들의 국산화율이 2010년 16.2%에서 지난해 27.5%로 늘어난 덕분이다. 농진청이 채소·화훼·과수·버섯 4분야에서 총 643품종을 개발한 공이 크다.
특히 허 청장은 종자 국산화로 딸기 시장의 구도를 바꾼 ‘설향’의 사례를 확산한다는 포부다. 2005년 9.2%에 불과했던 딸기 국산 종자 점유율은 현재 95%로 높아졌다. 최근에는 고시히카리 등 일본 쌀 품종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허 청장은 “국내 소비량의 98.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의 국산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국내 밀산업을 이끌어갈 우리밀 3총사 보급 확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밀 3총사는 ▷제빵용 밀 ‘황금’ ▷색깔 있는 밀 ‘아리흑’ ▷알레르기 유발 물질 없는 밀 ‘오프리’를 지칭한다. 황금은 단백질 함량이 14%에 이르는 초강력분으로, 국내 제빵시장에서 수입밀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리흑은 건강 기능 성분이 풍부한 검붉은색을 띠는 밀로, 고부가가치 기능성 식재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프리는 세계 최초로 인공 교배해 개발한 밀 관련 알레르기 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없는 품종으로, 미국 등 해외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허 청장은 “생산여건·소비트렌드 반영한 데이터 기반의 육종프로그램 구축을 통해 생산자·소비자가 만족하는 맞춤형 신품종을 육성하고, 시장 수요가 높은 품종을 중심으로 K-품종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피력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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