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같은 업종도 ‘천차만별’ 직원 불만
코로나 직격탄 업종 성과급 얘기도 못 꺼내
반도체·해운 호황…일부 중견·중기 첫 지급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가 속속 나오면서 임직원 성과급에서도 기업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이 강력 투쟁을 예고하는 등 성과급을 둘러싼 여러 갈등도 사상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선 성과급 규모를 두고 갈등이 확산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입은 정유·항공·유통·호텔 업종은 ‘성과급 제로’에 좌절하고 있다. 자동차·철강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들도 예년 수준의 성과급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회사, 같은 업종도 성과급 천차만별=앞서 기본급의 400%(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제시했던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200%를 우리사주로 추가 지급하기로 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성과급 격차에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내놓은 추가 대책이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부(DS 부문)에 연봉의 47%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자 자사 성과급 산정방식을 두고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 내에서도 성과급의 격차는 존재한다.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40% 미만인 연봉의 37%로 결정되자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해 한지붕 아래 있었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도 성과급 잠정안이 각각 400%, 245% 수준으로 제시되면서 저마다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 생산 중단, 국내외 수요 부족 등을 겪었던 자동차 업계 역시 실적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큰 차이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각 계열사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규모를 정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는데 합의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조 측이 동참한다는 의미였다. 대신 성과급을 기본급 150%로 지급하고 코로나19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원과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을 지급했다. 약 300만원 정도를 일시금으로 받는 셈이다.
전동화의 수혜를 받고 있는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성과급 150% 등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의 금액이 지급된다. 그러나 최근 매출 하락과 영업이익 저하를 겪고 있는 현대로템 등 계열사는 이보다 성과급이 훨씬 적다.
한편 지난해 부분파업으로 약 2만 5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한국지엠은 4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업종들 성과급 엄두도 못내=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극심한 불황을 겪은 업종들은 아예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역대급 불황을 겪었다. 성과급 개념이 없는 현대오일뱅크는 실적에 연동하는 변동급여 형태로 지급하지만 지난해 59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올해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2017~2018년 최대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나머지 정유사들도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에 성과급이라는 단어 자체를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방산업 위축으로 감산과 사업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던 철강업계도 성과급이 줄거나 미처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그해 영업이익에 연동해 연차와 직급등 다양한 변수를 적용해 상여급을 책정한다. 포스코의 지난해 별도 영업이익은 1조1352억원으로 전년보다 56.1%로 낮아진 만큼 포스코인의 성과급 지갑도 다소 얇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은 임단협이 해를 넘겨 아직 타결되지 않아 성과급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 측은 생활안전자금으로 기본급 300%에 노동지원격려금 50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을 들어 기본급 100%에 일시금100만원을 더한 수준의 격려금을 제시한 상태다.
항공업계도 임직원 임금반납과 휴직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어서 성과급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해운 중견, 중소기업들 첫 성과급 지급 결단=일부 중견,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실적 호조로 남부럽지 않은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LG 계열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실리콘웍스는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실리콘웍스는 스마트폰과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지난해 창사 이래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물동량 급증으로 업황이 크게 나아진 해운업계는 오랜만의 성과급 지급으로 표정이 밝다. HMM은 경영난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성과급 100만원이 지급됐다. SM상선 역시 2017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기본급의 15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SM상선의 연간 영업이익은 1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뚫고 호황기를 맞은 업종도 있지만 여전히 악재로 암울한 업종들은 성과급 논의조차 쉽사리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업종별로 성과급이나 직원 복지 등에서 그 간극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일·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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