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바다에 버려지는 물고기그물은 약 64만t이나 된다. 버려진 그물은 바닷속 경관을 흉물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물고기 등 바다생물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폐그물은 오랜 세월 썩지 않고 남아 해양생물의 생명을 노리는 덫이 된다.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만 하는 해양포유류인 고래나 물범, 그리고 해양파충류인 바다거북은 물속에 버려진 그물에 걸리면 질식사한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도 아열대 바다에 사는 바다거북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제주도 주변에서 폐그물에 걸려 뒷지느러미 발과 목에 상처를 입은 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물고기도 폐그물에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고 만다.
‘유령그물’이라고도 하는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에 물고기가 걸려 죽거나 다치는 일을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고 한다. 수산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잡는 어업과는 다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어획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해양생물이 유령어업으로 폐사되고 있다고 한다. 폐그물에 물고기가 걸리면 이를 먹으려고 모여드는 더 큰 해양동물도 걸려들면서 연쇄반응으로 폐사의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버려진 유령그물은 해양동물의 무덤이 된다.
폐그물은 선박 항행에도 위협적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가 선박 스크루에 감겨 발생하는 사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폐그물로 인한 사고는 연간 300건가량 되고, 전체 해상사고의 13%를 차지한다. 폐그물을 피해 가면서 항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선의 추진기에도 폐그물이 걸린 적이 있었다. 바다에 무심코 버린 폐그물은 불특정다수에 피해를 준다. 폐그물은 부메랑이 돼 버린 사람도 사고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바다쓰레기의 80%가 플라스틱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물고기그물의 재질 또한 플라스틱이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수백년 동안 썩지 않고, 길게는 천년이나 지나야 완전히 분해된다고 한다. 지금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이 10세기 이후인 3000년에도 여전히 바다에 남아 있다는 말이다. 2050년에는 바다에 플라스틱이 물고기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많은 수의 바닷새나 바다거북 등 해양동물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잘못 알고 먹어 결국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폐그물을 비롯한 해양쓰레기 수거에 노력하고 있다. 어망은 수거를 해와도 활용성이 떨어져 애물단지였다. 그러나 최근 플라스틱 재질의 폐그물을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돼 다양하게 재활용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폐그물의 재료가 콘크리트 보강용 플라스틱 섬유와 유사한 점에 착안해 폐그물을 이용해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는 보강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재활용된 보강섬유를 혼합한 콘크리트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 이상 내구성이 있음이 실험결과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을 재활용해 스마트기기 제조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은 물론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기기 등에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기아자동차에서도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다. 대기업들이 앞장선 이런 시도는 해양생태계와 해양생물 보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폐그물이 첨단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로 다시 태어나는, 기적 같은 일이 곧 우리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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