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지미 핸드릭스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때 우드스톡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일렉트릭 기타로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음정을 비틀고 망가트리고 폭격 때의 굉음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효과를 더했다. 팬들은 이를 “무언의 정치적 연설”로 여겼다. 기타 연주만으로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지미 핸드릭스의 파괴적인 미국 국가 연주와 달리 존 레넌의 ‘이매진’은 조용하고 평화롭고 어쩐지 슬픈 멜로디를 보이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강력하다.

음악이 지닌 정치적 위력은 엄청나고 스펙트럼이 넓다. 과거 소련에서 비틀즈는 금지가수였다. 청소년을 선동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흔히 노래가 정치적 색채를 띤다면 가사부터 들여다보지만 “음악이 지니는 선동적인 힘은 가사보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사운드 디자인에 숨어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송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팝스타와 록스타 가운데는 선거 관련 행사에 자기 노래를 쓰는 것을 반대하는 하는 이들이 많은데 롤링 스톤스는 자신들의 작품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전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2005년 독일 기민당 후보였던 메르켈은 아랑곳하지 않고 ‘앤지’를 대대적으로 틀고 다녔다. 자의식이 과도한 정치인이라면 단연 프랭크 시나트리의 ‘마이 웨이’를 선호하게 마련.

음악은 어떻게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

음악전문가이자 철학박사인 마르쿠스 헨리크는 '쓸모있는 음악책'(웨일북)에서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음악의 작용과 이를 통해 삶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세상 모든 음악의 기원이랄 자장가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다. 자장가를 들려주는 동안 아이의 몸에서 생명 유지에 필요할 만큼 중대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 호르몬은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은 시절, 생사를 가를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멀리서 요리를 하면서 엄마가 노래를 들려줘도 효과는 같다.

음악이 아이의 정서와 운동능력 발달 뿐만 아니라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에서 67명의 아이들에게 3년 넘게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한 후 IQ테스트를 실시했더니 같은 기간 음악 수업을 받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IQ가 높게 나타났다. 악기를 배우면 집중력과 주의력, 정보 처리 능력, 자신감과 감정을 세세하게 구분하고 처리하는 능력 향상 및 자아발달에 도움이 된다.

음악의 쓸모는 다양하다.

불면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음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미리 잠들기 전에 들을 만한 곡을 선곡해 반복해서 듣는 것이다. 그래야 조건 자극이 돼 편안히 잠들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곡은 빌리 조엘이 딸 알렉사를 위해 만든 ‘룰라바이(굿 나이트 마이 에인절)’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전문가라면 음표 하나하나가 떠올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는데 그럴 때 비장의 카드가 있다. 음표 하나하나가 양이라 생각하고 양 한 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식으로 세어 보는 것이다.

음악은 데이트에도 필수. 만약 데이트에서 즐거운 만남을 가진 후 상대에게 기대했던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즐겁게 얘기를 나눴던 카페에서 오래된 동요나 철 지난 유행가가 흘러나오지 않았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비호감의 원인이 바로 음악 때문일 수 있다.

저자는 덥거나 추울 때 들으면 좋은 음악, 작심삼일에서 벗나는 법, 라이브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10년을 더 사는 이유, 2006년 월드컵 당시 독일이 4강 진출 배경에 노래가 있었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음악을 듣는 것 만으로도 삶의 질과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쓸모있는 음악책/마르쿠스 헨리크 지음,강희진 옮김/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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