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머리 가격당해…봉합수술 받아
대선·지선…선거 때마다 잇따르는 피습
“피습 아닌 테러…무방비한 사회, 불안”
[헤럴드경제=채상우·김영철 기자] 9일이면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철만 되면 벌어지는 정치인·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한 피습 사건은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사실상 ‘테러’로 불리는 이 같은 피습에 무방비한 우리 사회에 대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망치로 뒤통수 공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치명적 부위를 비켜났고 뇌출혈도 없어 오늘(8일) 퇴원하여 마지막 유세에 동참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송 대표는 전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다 70대 남성이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맞아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송 대표는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인근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대표 피습에 대해 “선거 폭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살해하겠다는 협박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윤석열 죽이려고 화염병 만들었다’는 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인 2006년 5·31 지방선거 지원 유세 도중 괴한이 휘두른 커터칼에 턱밑 부위 자상을 입고 60바늘을 꿰매는 응급수술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휘두른)칼날이 조금만 비켜갔으면 자칫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고 당시 의료진이 밝혔을 정도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1년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시절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노조 조합원이 던진 계란을 맞았다. 이듬해 11월 같은 당 대통령 후보가 돼서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 둔치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연설 중 계란을 맞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8년 대구시장 선거 유세 현장에서 장애인단체 여성에게 피습돼 꼬리뼈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테러’로까지 불리는 피습 사건이 선거철마다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 문제에 ‘불감증”에 가까운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정치인·고위공직자가 몰리는 유세장 경비는 관할 경찰서가 맡고 있으며, 경비 인력은 15~20명 수준이다. 많게는 수백명이 넘게 몰리는 현장을 관리하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직장인이자 민주당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유모(41) 씨는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게 흘러가고 있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는 테러에 대해 지나치게 무방비한 측면이 있다”며 “70대 노인에게도 속수무책인 수준이라면, 진짜 테러가 발생했을 때에는 피해 규모가 엄청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6) 씨도 “국회의원, 고위공직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데 일반 시민의 안전은 어떻겠느냐”며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피습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문 대통령이 말하듯 테러로 보고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습에 무감각한 모습을 ‘테러불감증’으로 규정하면서 “극한으로 대립하는 정치 이념이 이런 정치 테러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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