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공무원 유족, 北상대 손배소
“통일후에도 죄 대가 묻고자 청구”
“생명을 해한 자 위자료 지급할 의무있어”
2020년에도 北상대 승소 국군포로 사례
경문협에 배상 추진했으나 추심청구 1심 패소
실제 배상에는 북한 재산 특정 등 어려움 존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유족이 29일 오후 북한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피고로 하여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유족 측은 “민법 제752조(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에 따라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직계비속인 원고들에게 위자료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장에서 “북한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씨의 자녀들은 당시 각각 고등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1학년으로 아버지가 불 태워 죽은 사실에 정신적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손해 배상 청구 취지에 대해 이씨의 아들은 “설사 실효성이 없는 소송이 될지라도 훗날 통일된다면 반드시 그 죄의 대가를 묻고자 소송 진행 결심했다”며 “나이 들어 죽어서 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 자식의 자식까지도 끝까지 (북한에)그 죄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2020년 9월 21일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 지도 활동을 하던 이씨는 남측 해역에서 실종됐다. 북한군은 다음날인 9월 22일 해상에서 이씨를 발견했으나 승선시키지 않다 총격을 가해 살해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는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난 9월 25일 통지문을 통해 “불법 침입자 단속 과정에서 명령에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공탄을 쏘자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돼 행동준칙에 따라 사격했다”고 밝혔다.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0월 탈북한 6·25 국군포로 2명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강제노역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외에도 북한을 피고로 하는 4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북한을 피고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도, 결과 전달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 문제다. 판결은 공시송달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 손해 배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위 재판에서 승소한 국군 포로들은 북한 관영 매체 저작권료를 위탁·보관하는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으로 배상금을 받고자 추심청구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국군포로 측은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북한은 국내법에 따르면 국가가 아니고 만약 북한이 비법인사단이라고 하더라도 북한 저작권사무국을 북한 저작물 사용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볼 수 없다”며 “추심 대상으로의 지위가 아니기에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살공무원 유족 측이 손해배상 청구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 배상으로 바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있는 북한의 재산을 찾거나 특정하기가 어려워서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법률 대리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저작권료에 대한 부분은 추심청구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고 대북송금이 해제되면 북한에 송금돼야 돈을 압류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3일에는 이씨의 형인 이래진 씨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만나 진상규명과 관련한 차기 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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