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 2020년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언쟁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 2020년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언쟁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질로 볼 때 손색이 없다. 네 번이나 좌천 인사를 받고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남은 걸 보면 임무 수행에 큰 문제가 없을 사람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최근 CBS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진행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정치인으로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자타공인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키워서 정치인이 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백전노장(百戰老將)의 그는 다만 이 말을 덧붙였다. "스스로 정치 활로를 개척하면 몰라도."

더불어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특히 더 예의주시하는 배경에는 이런 점이 있다.

‘정밀타격’ 필요한 민주…尹트라우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무턱대고 때리면 몸값만 높아질 수 있다. 정교하게, 아주 합리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과의 29일 통화 내용이다.

"윤 당선인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드라마틱하게 데뷔했다. 이후 대권 주자 선호도가 눈에 띄게 뛰었다."

진보 성향의 한 전직 의원의 설명이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한 일은 그만큼 고민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예 "낙마 1순위"에 한 후보자를 올리고 "지명 자체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키도 했다. "이번에는 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 2020년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답변하거나 질문받고 있다. [연합]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 2020년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답변하거나 질문받고 있다. [연합]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정밀 타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놓고 국정감사에서 난타전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통령 윤석열'이 탄생하는 판을 깔아줬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어떤 압력이 있어도 소임을 다하겠다"는 등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낼 수 있었다.

이후 3·9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의 특정 인사들을 정조준해 "그들이 윤석열 선대위원장"이라고 공개 발언키도 했다. 민주당 인사 중 상당수는 부인하지만, 당 안에선 '때릴수록 커졌다'는 '윤석열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가 갖는 '좌천의 역사'는 비슷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윤 당선인이 당시 ‘조국 사태’로 민주당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면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상태다.

심지어 지금은 한 후보자의 옷과 가방 하나 하나가 조명될 만큼 국민적 관심도 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자칫하면 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성공 유무를 떠나 그날의 주인공을 '한동훈'으로 만들 수 있다. 아예 한 후보자가 활로를 개척할 수 없도록 '데뷔' 자체를 막는 게 대응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

보수 성향의 한 전직 의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 속 손으로 책상을 내려쳤던 일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이를 놓고 '오만하고 독선적'이라고 했지만, 국민 중 상당수는 그 장면에서 시원함을 느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때도 민주당이 여러 공세를 펼쳤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그 장면 하나 뿐이다."

민주 “한동훈, 너무 오만”…국힘 “한동훈 키우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

민주당은 일단 여론전을 택한 분위기다. 이른바 '한동훈 깎아내리기'다. 한 후보자의 언행까지 따져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실체'를 밝힌다는 것이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한 후보자에 대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게 아닌가. 여러 불법 거래 의혹이 있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만사한통'이란 말을 만들었다. 윤 당선인의 의사결정은 "한동훈이면 '프리패스'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언행도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너무 오만하다. 너무 날뛴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한 후보자가)패셔너블하게 하며 당당히 준비했다는 듯(해서)굉장히 불편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다른 걸 염두에 두고 이러는 건가(싶다)"며 "5년 후 또 다른 윤석열(을 꿈꾸는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윤석열 트라우마'를 파고들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에도 민주당이 사감에 쌓인 청문회를 하면 외려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한동훈 키우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은 한 후보자 체급을 키워줄까 두려워졌나 보다"라며 "민주당의 행보로 우리 당 대권 후보를 한 명 더 만들어 준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고 했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다음 달 4일에 열릴 예정이다.

현재 민주당은 한 후보자 외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이른바 '한·호·철' 후보자를 부적격 1~3순위로 올려놓고 이들의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