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유로폴가즈’·獨 ‘가스프롬 게르마니아’ 등 31개社 제재

이달 초 푸틴 서명한 ‘보복 제재 대통령령’에 근거한 조치

이번 제재로 러 제재 동참 유럽國 대다수 영향

가스 가격 급등 장기화할 경우 전세계 경제 타격 불가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소치에 위치한 한 교육기관과 한 화상 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EPA]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소치에 위치한 한 교육기관과 한 화상 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가 서방의 잇따른 제재에 맞서 영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에 가스 공급을 차단하는 ‘맞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르면 수일 내 러시아산(産) 가스가 유럽에 공급되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이어 전날 우크라이나를 통하는 유럽행(行) 러시아산 가스의 3분의 1이 막힌 가운데, EU 각국에 대한 가스 공급마저 끊어질 경우 유럽 경제 전체에 미치는 타격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 가격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22면

11일(현지시간) 로이터·dpa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법률 정보 공시 사이트를 통해 유럽 내 31개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는 가스 공급을 이미 중단한 폴란드 내 야말-유럽 가스관 운영사 ‘유로폴가즈(Europol Gaz)’를 비롯해 독일 정부가 일시 국영화를 선언한 가스프롬의 독일 내 자회사 ‘가스프롬 게르마니아’가 이름을 올렸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헝가리, 루마니아 등 유럽 각국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등에 위치한 가스프롬 게르마니아의 29개 자회사도 러시아의 제재 대상이 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독일 내 자회사 ‘가스프롬 게르마니아’의 로고 모습. [도이체벨레]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의 독일 내 자회사 ‘가스프롬 게르마니아’의 로고 모습. [도이체벨레]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4일 독일 정부가 독일 내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가스프롬 게르마니아를 일시 국유화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제법과 모든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며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제재에 긴장하는 이유는 전체 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3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에는 특정 외국과 국제기구의 비우호적인 행동에 대응해 러시아가 제재한 외국 기업과 단체, 개인 등에 러시아산 제품과 원자재를 수출하지 말 것이 명시돼 있다. 여기에 기존에 러시아가 타국과 맺은 거래와 관련해서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EU 회원국들은 여전히 역내에서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다.

러시아 북부 야말 반도에 위치한 한 천연가스 시추 시설의 가스관 밸브 모습. [로이터]
러시아 북부 야말 반도에 위치한 한 천연가스 시추 시설의 가스관 밸브 모습. [로이터]

다만, 이날 제재 발표 만으로 유럽 내 가스 공급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 로이터의 평가다.

제재 발표 직후 독일 경제부는 “러시아의 조치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진 가스 공급이 보장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