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다섯 달 째를 넘기고 있는 가운데, 세계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신냉전화와 핵무기 경쟁, 동아시아의 안보 위기 고조 등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가 잠시 잊고 지냈던 전쟁을 삶의 한가운데로 불러냈다.
‘푸틴의 야망과 좌절’(글통)은 국내 학자들이 푸틴의 야욕과 한국의 대응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첫 책이다.
21세기에 러시아의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기대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저자는 우선 러시아인들의 정체성에 주목한다. 슬라브족으로 아우를 수 없는 복잡함이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자기반성과 성찰, 회의를 통해 내재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외연을 확대하는 손쉬운 탈출 방식을 택해왔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런 해석에는 러시아인들이 집단으로 자의식이 미숙하다는 주장까지 덧붙여지는데, 이는 짜르, 공산당, 푸틴으로 이어지는 절대권력에의 복종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러시아의 정체성은 제정 러시아 말기, 혁명 초 일군의 학자들에 의해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 결과, 러시아의 새로운 정체성은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유라시아 자체, 서구도 슬라브도 아닌 유라시아라는 개념이 도입된다.
학자들 사이 논의된 이 유라시아주의를 직접 정치로 끌어들인 이가 푸틴이다. 푸틴은 “러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땅덩어리다.(…) 결국 모스크바는 유라시아와 세계의 중심지로 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베리아철도, 중국철도, 한반도종단철도 등과의 연결이 급선무다”라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를 유라시아 지역의 중심 국가로 부상시키려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구상은 군사력을 동원한 강제 점령 방식을 보이면서 세계와 충돌을 빚고 있다.
저자는 푸틴의 무리한 밀어붙이기와 러시아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정권 교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승패의 요인과 현대전의 성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세계2위라는 소련의 군사력과 군대의 비효율성, 군인들의 해이한 민낯은 미디어의 힘을 이용하고 효율적인 소규모전으로 밀리지 않는 우크라이나와 대조를 이룬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중인 전쟁은 세계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자는 무엇보다 미중 패권전쟁이 더 격해지고 핵 위협을 받는 국가들의 핵정책 변화를 예상한다.
한국의 경우 한미동맹 안보와 핵 억지력 등 안보 위협에 적극 대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만의 경우 미국의 전시 지원에 대한 논쟁과 함께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전술과 대비책 마련, 군복무 기간 연장과 예비군 강화 등 중국의 침공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책은 러시아인들의 땅·영토에 대한 인식과 정체성, 푸틴의 야욕과 걸림돌, 세계 각국의 대응 등 폭넓은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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