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신동빈 등 재계 사면대상 오를 지 주시

이 부회장, 사법리스크 여전…반도체·대규모 투자 등 과제 산적

신 회장, 글로벌 경영 가속화

거시경제 악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 역할 필요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지난 6월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지난달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행사 ‘플라이 투 월드 엑스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헤럴드경제DB·연합]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지난 6월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지난달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행사 ‘플라이 투 월드 엑스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헤럴드경제DB·연합]

[헤럴드경제=문영규·신소연·김지헌 기자] 법무부가 9일 ‘광복절 특별사면’을 위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8·15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위한 심사를 시작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을 사면 건의 대상에 포함할 지 재계가 숨죽이며 주목하고 있다.

▶‘광복절 특사’로 재계 숙원 풀릴까=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사면 대상자 명단은 12일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인 중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년 간 꾸준히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돼왔으나 번번이 이뤄지진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달 29일 형기가 만료됐으나 규정상 5년 간 취업이 제한돼 사면이 되지 않고는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재계를 중심으로 일반 시민들까지 사면 여론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신동빈 회장은 업무상 배임으로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이 부회장과 달리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아니라 국내에서의 회사 경영에는 큰 영향이 없었으나 글로벌 파트너들과 사업을 구상할 때는 신 회장의 신변이 함께 논의될만큼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런 제약 없이 롯데의 글로벌 경영이 탄력을 받으려면 사면이 필요하다.

▶역풍 불까…목소리 낮춘 재계= 사면심사위원회를 앞두고 재계는 다소 조심스런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5개 경제단체가 의견을 모아 기업인 사면을 건의할 것이란 보도도 있었으나, 공개적인 요구가 사면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말을 아끼는 중이다. 재계는 지난 4월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법무부에 청원서를 제출하며 사면을 적극 건의했었다.

삼성, 롯데 등 기업들은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지난달 25~27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사면을 찬성한 응답자는 77%였고 반대는 19%였다. 지난 2009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때보다 찬성 여론이 높다. 최교일 당시 검찰국장은 사면심사위에서 찬성 47.1%, 반대 36.1%라는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언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제인 사면을 건의한다고 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남은 사법리스크와 과제=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길은 열리지만 여전히 사법리스크는 남아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재판을 매주 받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장기간 출장을 다녀오는 것은 어렵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 일선에 복귀해 경영에 적극 참여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국가 핵심 전략산업이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있다. 한국의 칩4 동맹 참여 이슈 등 각국의 경제안보 구상에 끼어있는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 외교와 경영 양 측면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지난 6월 반도체 판매량이 통계 집계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대비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중에도 미국, 중동, 유럽 등을 방문하며 구글, ASML 등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다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는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하며 역량을 발휘했다.

반도체 외에도 바이오 등 그룹 성장을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비롯해 450조원 대규모 투자도 성과를 내야 한다. 재계가 동참하고 있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에 참석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에 참석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회장도 사면 이후 그룹 확장과 사업 재편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바이오, 모빌리티 등 신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커 M&A에도 적극 나서면서 글로벌 구상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글로벌 금리인상, 물가상승, 수요둔화 등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인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글로벌금융위기때처럼 불안한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고 무역수지도 올해 14년만의 적자가 우려된다”며 “역사적으로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정치·외교·경제적인 큰 변화가 있는 시기인데 전문경영인이 하지 못하는 통찰력과 결단력을 가진 오너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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