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올해 7월 5937건
2년 사이 3배 가까운 증가세 보여
해외 메신저 자료요청 회신율 58%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미성년자 대상 성착취물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경찰 수사엔 어려움이 커 해외 메신저 관련 국제공조수사가 가능토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 발생 건수 및 검거 건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047건이었던 디지털 성범죄 건수는 올해 7월 5937건으로 3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조은희 의원은 이날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성착취물 온라인상에서 유포해 많은 피해자들 낳은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범죄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최근 서울청에서 수사 중인 ‘엘 사건’의 경우 현재까지 확인된 불법 성착취물만 300여 개가 넘고, 피해자만 최소 7명(미성년자)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2020년 4월 아동·청소년 성범죄물 제작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경찰의 잠입수사 등을 허용하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시행되며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 범위가 확대되고, 처벌 수위도 상향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수사의 한계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업체들은 법 시행으로 성착취물이나 불법 촬영물을 걸러내는 자동 필터링 기술이 도입된 상태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번호나 IP정보 등의 이용자 파악이 쉽게 가능한 국내 업체들에 비해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해외 메신저들은 본사가 협조하지 않는 한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n번방 사건 후 경찰이 해외 메신저 운영사업자들에게 자료요청한 건수는 2만6697건이다. 그중 회신율은 약 58%(1만5466건)에 그친다. 또 디지털성범죄 관련 국제공조 수사현황을 보면, 해외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요청건수는 2822건이지만 인터폴, 미국 HSI(국토안보수사국) 등 해외 법집행 기관에 대한 요청건수는 270건밖에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은 ‘온라인 사적공간’으로 분류돼 불법 성착취물이 유통되더라도 정보통신망법에 규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원천접속을 차단해도 우회 접속을 통해 해외 서버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경찰 내부의 사무분장 규칙으로 인해 ‘성폭력 사건’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촬영물 등 유포 사건’은 사이버범죄수사과에서 수사를 담당한다. 조 의원은“ 영상유포 여부에 따라 담당 부서가 나뉘는 구조상 초동대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서마다 재량으로 정한 업무분장 내규에 차이가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 대부분을 여청과에서 맡고 있는데 반해, 서울 중부경찰서의 경우 사이버범죄수사팀이 온라인상 범죄를 담당하고 사건에 따라 여청과로 이송하고 있다.
조 의원은 “아동성착취물은 국제적으로도 중범죄 사안인데 법의 허점 때문에 경찰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극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국제공조 강화와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기구를 설치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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