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서려는데 집 앞에 서 있던 경찰이 제지하면서 막았다. “오늘은 회사든 학교든 어느 곳도 갈 수 없으니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수단의 수도 카르툼 시내의 모든 도로가 봉쇄되었고, 인터넷과 전화도 끊겼으니 다시 들어가라는 이야기였다. 황당해서 이유를 물으니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벌써 1년여 세월이 흘렀다. 다소 잦아들긴 했지만 시위로 인해 길이 막힐 때면 우회로를 이용해 바이어를 만나곤 한다. 우리 기업의 제품을 소개하면서 이들을 통해 이런저런 소식도 전해 듣는다.

이런 정치적 환경이면 비즈니스 거래가 매우 위험하다는 걸 누구나 직감한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위기 속에서 더 빛을 내는 법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두 가지 뜻을 모두 품고 있다. 그래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더 큰 기회가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프리카라는 느낌이 든다.

수단은 금융거래가 원활하지 않고 신용도 확인이 쉽지 않아 신용장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이어들은 달러를 송금하고 물건을 수입해야 할 때 대체로 선금의 절반 정도를 먼저 보낸다. 돈을 준 사람과 선금을 받고 물건을 보낼 사람 중에서 누가 더 초조해할지는 뻔하다. 무역관에 찾아오는 바이어 중에는 물품 인도가 지연되면 좌불안석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거래할 때는 무역 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이지리아, 가나, 카메룬 등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는데 나이지리아가 영어권 국가이면서 과거에 부정부패가 심해 다양한 사기 수법이 발달했다. ‘나이지리아 419’라는 사기 수법은 나이지리아의 형법 제419조가 사기 처벌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에서 파생돼 고유명사화되었을 정도다.

송금 기술이 발전한 최근에는 이체가 빈번한 지역마다 이메일 해킹 사기가 자주 발생한다. 주로 이메일을 도용해 다른 계좌로 이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피해 방지를 위해 무역관에서는 바이어들에게 계좌번호가 바뀌었다는 연락이 오면 반드시 유선으로 재차 확인하라고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계좌번호 변경 시 반드시 유선으로 알려주겠다”고 귀띔만 해줘도 대부분의 송금 피해는 막을 수 있다.

가끔 우리 기업인들로부터 “연락을 주고받는 바이어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왜 자꾸 바뀌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수단은 대다수가 선불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어서 유심칩만 있으면 얼마든지 여러 대의 휴대전화 번호를 쓸 수 있다. 개인정보 등록도 필요 없다. 또 통신사별로 예고 없이 전화나 인터넷이 끊기는 경우도 많아 예비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추가해 소지하기도 한다.

낯선 지역에서 무역 거래를 할 때는 현지에 진출해 있는 KOTRA 무역관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다. KOTRA 글로벌 스태프들은 국적과 피부색만 다를 뿐 우리를 위해 일하는 대한민국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자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의 수출시장을 넓혀 나가자.

김재우 코트라 카르툼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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