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호소 여전

진상규명 촉구 목소리도 커져

김모(18)군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이자 의인이다. 참사 당일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 등을 통해 시민들의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참사 한 달이 흐른 지금, 김군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이 계속돼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날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환청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김군은 “구급차에 시민 수십 명이 끊임없이 실려가던 모습이 떠올라 여전히 사이렌 소리가 두렵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는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생존자들을 비롯해 이태원 상인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참사 한 달, 아직 발걸음도 떼지 못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한 달을 하루 앞두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협의회를 구성했다. 유가족 65명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협의회는 “희생자들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고, 어떻게 그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지, 향후에 어떠한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 유가족에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제대로 된 진상 및 책임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국가 배상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부터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유가족과 협의하라’, ‘유가족의 의견을 물어봐라’, 이러한 단순한 요구조차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정부를 우리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앞서 지난 2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28명이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한 사과와 철저한 책임 규명 등 요구 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참사 발생 후 이태원 상권은 한달째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9일 오전 이태원 해밀톤호텔 부근에 있는 가게들 중에는 ‘임대’, ‘휴업’이 붙은 가게들이 종종 보였다. 상인들은 이태원 참사 이후 상권 자체가 침체됐다고 말했다. 이태원 부근에서 8년 동안 가게를 운영한 이모(35) 씨는 “이태원 참사 직후 2주가 가장 심했고, 현재도 분위기가 좋은 건 아니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비용 등 문제로 차마 이사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참사 직전 한 달 동안 52만여명이 방문했던 이태원역은 참사 발생 후 유동인구가 절반인 26만여명 선(지난 24일까지)에 그쳤다. 서울시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1동에 있는 소상공인들의 이달 둘째 주 매출액은 참사 이전인 지난달 넷째 주 대비 61.7% 감소했다.

현재 이태원 상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출 지원 등에 한정돼 있고, 쇠락기에 접어든 상권을 다시 부흥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중소벤처기업부는 영업 결손액을 피해 금액으로 인정하는 등 이태원 상인들을 위한 특별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김빛나·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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