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한미일 3국 협력…11년간 중단된 셔틀외교 복원 거론

尹대통령 12월 방일설 솔솔…정부 “현시점 구체적 계획 없다”

강제동원 판결 4년 “기다리다 세월 다 간다”…‘국민적 동의’ 중요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고리로 강화되는 한미일 3국 공조 속 윤석열 대통령의 12월 방일설이 나오면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 거론되고 있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국민적 동의가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민감한 여론을 건드릴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확정한 지 4년, 피해자와 지원단체는 “기다리다 세월 다 간다”며 국내 자산 현금화 결정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조만간 피해자를 찾아 면담한다는 계획이다.

소송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피해자 지원단체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압류자산(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쓰비시는 변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변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법원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는 악덕 피고 기업”이라며 “대법원이 본연의 책무인 인권 구제를 위해 즉각 판결로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서민정 신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내달 7일 광주를 찾아 양 할머니와 피해자 측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피해자의 고령화, 강제징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피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면서 양국 간 가장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 정지와 유예 등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 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침공과 미중 경쟁 등 국제질서가 재편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리로 한미일 3국 협력은 한층 강화되면서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양자 관계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두 차례 만나 강제동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양측 실무진 간에 해법이 이제는 한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011년 12월 이후 11년간 중단된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도 거론된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26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셔틀외교 복원을 위해 윤 대통령이 연내에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12월 방일설’에 힘을 받고 있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의 ‘12월 방일설’에 대해 정부는 “들은 바 없다”(대통령실), “결정된 것 없다”(박진 외교부 장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문제가 공론화된다면 양국 관계 개선을 우선하려 과거사 문제 해결이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박 장관은 28일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어도 셔틀외교 재개가 가능한지 묻자 “여러 가지 여건이 조성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현안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한일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유력한 해법안으로 2014년 설립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부금을 받아 일본 기업 대신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병존적 채무인수안’이 거론된다. 다만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과와 배상금 기여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다. 지난 9월까지 4차례의 민관협의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정부는 보다 확장된 형태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보다 좁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시점에서 특별한 해법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