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임용 불확실성 커지며 교대 인기 급감

“지위 높고 안정적인 고소득” 의사 인기에

의대는 서연고, 과기원서도 ‘엑소더스’

한 학생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임세준 기자]
한 학생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졸업 후 안정적인 평생 직장’에 대한 인식이 교육대학과 의과대학의 인기를 정 반대로 갈라놨다. 한 때 경쟁률이 치열했던 교육대학은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교직 임용에서의 병목현상 때문에 졸업 후 진로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반면, 의과대학의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치솟고 있다. 사회적 지위, 소득 면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선망 대상으로 굳건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교육대학교와 초등교육과 13곳은 2023학년도 입시에서 최근 5년 중 최저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시 경쟁률은 지난 2019학년도 6.5대 1에서 2020학년도 6.1대 1, 2021학년도 5.2대 1, 2022학년도 6.1대 1, 2023학년도 5.2대 1을 기록했다. 정시는 경쟁률이 2019학년도 2.5대 1, 2020학년도 2.1대 1, 2021학년도 2.3대1, 2022학년도 2.4대 1을 거쳐 2023학년도에는 2.0대 1까지 낮아졌다.

교대에서 벗어나려는 ‘엑소더스’도 이어지고 있다. 수시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인원을 일컫는 수시 이월 인원은 2022학년도 465명에서 2023학년도 502명으로 늘었다. 교육대 및 초등교육과 13곳 중 한국교원대를 제외한 12곳의 정시 추가합격자도 증가 추세다. 정시 추가합격자 규모는 2022학년도 305명으로, 2021학년도 266명보다 늘었다. 현재 정시를 진행중인 올해 추가합격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대를 자퇴하는 중도탈락률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2022년 공시 기준으로 396명이 교대나 초등교육과를 자퇴했다. 2020년 256명이던 중도탈락인원은 2021년에는 282명, 2022년 396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대의 인기가 급락한 것에 대해 입시 업계는 임용고시에 합격한 후에도 발령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병목현상이 이어지면서 교직 선호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여기에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현장에서의 교원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병목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교대 기피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교육전문대학원 설립 논의를 올해 구체화하려는 상황. 교전원 초기에는 교대로 잠시 수요가 몰릴 수는 있으나, 임용 병목현상을 풀지 못하면 교사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만 길어진다는 인식으로 인해 교전원도 자리잡기 힘들 수 있다.

올해 커트라인 점수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미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서는 평균 백분위 50%도 수도권 정시에 합격했다는 전언이 돌고 있다. 이는 수능 평균 5등급에 해당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부사장은 “지난해 교대 합격선 중 평균 백분위 70%까지는 확인했는데, 올해는 60%, 50%까지도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고소득 직업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의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공계 상위권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123RF]
안정적인 고소득 직업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의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공계 상위권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123RF]

반대로 의대는 소위 SKY라 불리는 상위권 대학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인 과학기술원에서까지 인재를 빨아들일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이라는 점 때문에 의사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에서는 34개 학과에서 수시모집 인원보다 더 많은 미등록자가 발생했다. 뽑으려는 인원 이상이 등록을 포기하고 나가서 추가합격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 중 인문계 학과는 7개, 자연계는 27개 자연계에서의 미등록 규모가 더 컸다. 특히 고려대 컴퓨터학과는 71명을 모집에 추가합격만 141명이 발생했고, 연세대 컴퓨터학과 역시 41명 모집에 추가합격이 81명이나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정시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정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이들은 1198명으로, 정시 전체 모집 정원의 25.7%나 됐다. 특히 자연계에서 등록포기자 폭이 컸다. 등록 포기자 중 인문계는 45.8%, 자연계는 54.2%였다.

입시업계는 자연계에서 유독 높은 이탈율에 대해 의약학계열 진학으로 인한 것이라 추정했다. 정부의 반도체 육성 의지나 보장된 취업도 의대 선호 현상을 막지 못했다. 졸업 후 삼성전자 채용이 보장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최초 합격자들이 다 빠져나갔다.

서연고나 과학기술원 등에서 자퇴해 의대로 빠져나가는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서연고 자연계에서 중도탈락하는 이들은 2020년 893명에서 2021년 1096명, 2022년 1421명으로 3년새 59.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서연고 인문계 중도탈락이 2020년 444명, 2021년 446명, 2022년 453명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자연계 탈출 러시’라 할 만 하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등)에서도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4대 과학기술원에서 중도탈락한 이들은 총 1006명. 중도탈락생의 80~90%는 의학계열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기원 재학생 중 과학고 출신은 조기졸업(고교 2년)을 통해 입학한 경우다 보니 재수, 삼수를 해도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시간 소모가 크지 않다”며 “국가적 차원의 과학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과학고, 영재학교 출신들이 중도에 의약학 계열로 이동하는 것은 과학인재 육성정책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재고할 부분일 수 있다”고 전했다.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