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제 포괄하는 글로벌 복합위기 장기화

각종 경제 지표 악화…기업들 하반기 대응 전략 고심

주요 기업들 잇따라 전략회의 개최 “최악 상황 대비”

줄줄이 낮추는 성장률에 환율 부담까지…그룹들 하반기 돌파구 찾기 고심 [비즈360]
서울 여의도 일대 오피스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 올해 하반기 전략회의에서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가장 먼저 화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미·중 패권 갈등과 공급망 불안 등 안보와 경제를 포괄하는 ‘글로벌 복합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던 국내 기업들도 경영전략을 다시 짜는 등 선제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경영 시나리오가 수립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연이어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7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4회 연속 하향이 이뤄진 것으로, 지난 3월 전망치(1.6%) 보다 더 내려갔다. OECD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수요가 둔화했고, 중국발 수요 부진으로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KDI)·아시아개발은행(ADB) 등도 한국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기업들의 재무상황도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국내 1612개 상장사들의 재무상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증감률이 급감한 데 이어 이자비용,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주요 지표들이 모두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박스권을 벗어났음에도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재계에서 기대했던 환율 효과가 반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견기업의 영업 담당 임원은 “원화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회복이 시장 예상보다 더 느리게 진행되는 등 기존 전망들이 잇따라 어긋나는 상황이다.

줄줄이 낮추는 성장률에 환율 부담까지…그룹들 하반기 돌파구 찾기 고심 [비즈360]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이같은 복합위기에 맞서 주요 그룹들은 잇따라 전략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영 해법 찾기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이달 20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여 사업 전략과 위기 대응에 머리를 맞대는 회의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오는 15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SK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최고경영진들이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연례회의다.

이번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등이 참석해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그룹 미래 성장동력(배터리·바이오·반도체) 중 하나인 반도체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7월 한국에서 글로벌 법인장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과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한다. 올해 개최 여부와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구광모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전략보고회를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보고회에 참석해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등 중장기 전략 방향과 실행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최근 주재한 사장단협의회에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내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역시 하반기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을 다음달 개최한다. 신동빈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하는 VCM에서는 대내외 위기 속 지속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 전략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줄줄이 낮추는 성장률에 환율 부담까지…그룹들 하반기 돌파구 찾기 고심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