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밀어주기’ 불똥,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신으로
“당 기여도 평가에 한동훈 의사 들어갈 수밖에 없다”
‘중복’ 가산 안되지만 ‘중복’ 감산 되는 공천 룰도 눈길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경율 밀어주기’ 불똥이 시스템 공천에 대한 당내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객관적 공천을 위해 시스템 공천을 내놨지만 “빈틈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와 공관위원장이 각각 평가하는 ‘당 기여도’와 ‘도덕성’의 경우 정무적 개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일각에서 공관위의 ‘7대 공천 기준’을 “(도전)해 볼만 하게 만들었지만 디테일에 함정이 숨어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와 당무감사위원회가 권고한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20% 이상) 절반 수준으로 컷오프 기준을 낮췄지만, 가산보다 ‘감산’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실제 공관위에 따르면 가산점은 경선득표율에 대한 비율(%)로 계산되는 반면, 감산점은 수치(점)으로 책정된다. 경선득표율은 공천신청자 평가 총점 100점 중 40점을 차지한다. 가산은 중복이 안되지만 감산은 중복이 가능하다.
공천신청자 평가기준은 ▷경쟁력(여론조사) 40점 ▷도덕성 15점 ▷당 기여도 및 당무감사(비당협위원장의 경우 당 및 사회 기여도) 35점 ▷면접 10점으로 이뤄져 있다.
공관위 관계자는 19일 “공천신청자를 평가할 때 다른 부분에서 점수 차이가 현저히 클 경우 굳이 경선을 붙일 이유가 없다”며 “우선, 전략 공천 지역구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지만 한 후보자의 점수가 월등히 높으면 단수공천은 당연한 수순 아니겠냐”고 밝혔다.
1차 컷오프 이외에 숨겨진 2차 컷오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감산 영역은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 여지가 크다. 특히 도덕성과 당 기여도는 공천신청자 본인이 직접 작성해 제출하면 공관위와 당 지도부가 점수를 매긴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당 기여도에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의견이 들어간다고 전해진다.
다만 당대표 권한 대행인 한 위원장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공천심사자를 평가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주도한 일부 친윤계 인사들의 의중이 전격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공관위원들의 의중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철규 의원이 공관위원 목록에 포함됐을 때 이런저런 의견이 나왔던 것”이라며 “한 위원장도 본인이 공천에 충분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김경율 비대위원이 출마할 것이라고 손 들어주는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고 했다.
‘무한 감점’이 가능한 도덕성 또한 변수다. 공관위에 따르면 도덕성 점수는 총점 15점이지만, 감점이 15점을 초과할 경우 총점에서 감점이 추가된다. 공관위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투서가 많이 들어오는데 그런 부분을 공관위 내 클린경선지원단에서 심사한다”며 “대구경북 같은 국민의힘 우세 지역에서는 경선에서 이기면 사실상 당선이기 때문에 더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
탈당자 감산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선거일 기준 5년 이내에 탈당 후 무소속, 타당 출마자에 대해 최대 5점의 감산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 당시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했다가 당선 후 복귀한 권성동(4선, 강원 강릉), 윤상현(3선, 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이중 감점 대상이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페널티까지 받기 때문이다.
반면 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에 대해서는 감점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위 관계자는 “국민의힘 배지를 달고 출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중진 의원들과 차별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전 TV조선 시사제작국장(서울 송파갑)과 김상민 대전지검 검사(경남 창원의창), 이상률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경남 김해을) 등 책임당원이 아닌 예비후보들도 향후 공천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예비후보등로 개시일(지난달 12일)까지 입당할 것을 당헌당규에 명시하고 있지만, 당시 이들 모두 공무원 신분이었다. 서울 마포을 출마를 권유받은 김 비대위원의 경우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설 연휴 전으로 예상된 컷오프 결과 발표 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서 “비윤 횡사 공천(룰)은 아니다”며 “감점이 꽤 많기는 하지만 이길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현역들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