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보건청 검사서 수단레드 검출

에이피알 “공식 수출·유통 경로 아니다”

반박에도 주가 출렁…수년째 가품 몸살

“해외 투자 비용이 가품 잡는 데 쓰여”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메디큐브 홈페이지]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메디큐브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K-뷰티 시장에 또다시 ‘가품 경계령’이 내려졌다. 해외에서 비공식 경로로 판매된 에이피알의 스킨케어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다. 에이피알이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주가는 출렁였다. 한때 인기의 상징과도 같았던 가품이 성장기를 맞은 K-뷰티에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이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에 대한 회수 조치를 내리면서 불거졌다. HSA가 현지 판매업체인 ‘비너스 뷰티’를 통해 유통된 제품의 샘플을 검사한 결과 금지성분인 수단IV가 미량 검출됐다. 수단IV는 붉은색을 내는 수단레드 계열 합성색소로, 인체 노출 시 암을 유발할 수 있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하지만 에이피알이 HSA 검사 대상인 샘플의 배치(제조번호)를 추적한 결과, 수단레드 성분이 검출된 제품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샘플 제품의 판매처인 비너스 뷰티 역시 에이피알이 제품을 공급한 적 없는 업체로 나타났다. 에이피알은 “비너스 뷰티는 에이피알이 직접 제품을 공급하거나 수출한 업체가 아니다”라며 “당사의 싱가포르 공식 유통 경로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배치번호 제품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이력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에이피알의 싱가포르 법인이 HSA에 제공한 정식 제품에서는 수단레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HSA는 지난달 26일 해당 제품의 판매·공급 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에이피알이 8월 31일 추가 의뢰한 공인시험기관 검사에서도 수단레드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에이피알은 검사 결과를 공개하며 대응했지만, 주가는 1일 장중 최고 47만5000원에서 이날 39만2000원까지 하락했다.

HSA 검사대에 오른 제품이 가품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해당 제품이 가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에이피알은 수년째 가품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에만 중국 광저우, 루마니아에서 에이피알 가품이 적발됐다. 광저우에서는 메디큐브 모방 의심 제품 6000여개가 압수됐고, 루마니아에서도 의심 제품 100여개가 확인됐다.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SNS)에는 “QR코드를 확인하라”, “포장지의 글씨체를 비교하라” 등 진품 판별법이 공유될 정도다.

에이피알이 지난 4월 메디큐브 중국산 가품 제조 현장을 단속하며 공개한 사진. [에이피알 제공]
에이피알이 지난 4월 메디큐브 중국산 가품 제조 현장을 단속하며 공개한 사진. [에이피알 제공]

과거 ‘설화수’나 ‘더 후’도 중국 시장 내 가품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한때는 브랜드의 인기를 상징하는 척도나 성장통으로 여겨졌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K-뷰티의 무대가 전 세계로 넓어지면서 가품 시장 규모도 커진 영향이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의 국내 브랜드 위조 화장품 차단 건수는 지난해 3만6116건으로 전년 대비 54% 가까이 급증했다.

업계는 가품 논란을 K-뷰티의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할 위협으로 보고 있다. 가품 추적부터 단속, 적발, 판매 중단 요청까지 대부분 브랜드사의 손을 거쳐야 해서다. 중국·루마니아에서 적발된 메디큐브 가품 역시 에이피알과 현지 세관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규모가 작은 인디 브랜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조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투자에 쓰여야 할 비용이 가품을 잡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됐던 가품들이 동남아에서도 대거 나오고 있다”며 “단순 가품이 아닌 유해물질이 검출된 만큼 K-뷰티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품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차원의 조치뿐 아니라, 정부 간 협력을 통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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