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일 발생한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의 피해자. 오른쪽 상단은 피해자의 피가 묻은 사원증.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캡처]
2023년 3월 2일 발생한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의 피해자. 오른쪽 상단은 피해자의 피가 묻은 사원증.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신고 당하자 직장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남성이 15년형을 선고받은 이른바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가 출소 후 앙심을 품고 또 다시 보복성으로 범행을 저지를까봐 벌써부터 두렵고 무섭다"며 고통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해당 사건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 1년 전 오늘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동안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왔는데 도저히 이 상태로는 참을 수가 없어서 목숨 걸고 용기 냈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1년 전인 2023년 3월 2일 오후 5시께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동생이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전화였다. 그는 "전화를 받고 병원에 도착해 제가 동생을 마주하기도 전에 본 건 피가 잔뜩 묻은 사원증과 옷가지였다"며 "동생의 상태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여러 자상으로 출혈이 너무 심했고, 수혈을 받으며 헐떡이는 호흡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전 남자친구인 가해자 B씨가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고 흉기에 가슴과 복부를 수차례 찔려 중상을 입었다. B씨는 피해자의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주거지와 직장에 찾아가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끝내 피해자의 직장에서 대낮에 범행을 저질렀다.

2023년 3월 2일 발생한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의 피해자가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캡처]
2023년 3월 2일 발생한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의 피해자가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캡처]

A씨는 "(동생이) 가해자의 채무 문제로 헤어짐을 요구했고, 스토킹 범행을 저지르다 경찰 수사를 받자마자 동생 직장에 찾아가 살해하려고 했다"며 "동생이 자상을 입은 상태에서 피가 철철 흐르며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도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고, 동생의 비명소리에 달려 나온 많은 직장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재차 흉기로 찌르려고 하는 등 범행이 너무 대범하고 잔인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피해자인 동생은 사건 발생 전부터 위협을 느껴 가해자의 부모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부모는 "우리 아들은 칼로 위협하고 죽일 애가 아니다. 아들이 기분 풀리게 OO이(피해자)가 먼저 연락하면 안 되겠냐. 경찰에 신고는 하지 말라"고 했고, 경찰 역시 "가해자 번호를 차단하라"고만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제 동생은 가해자에게 확실한 거절 의사를 표현했고, 번호 차단도 했었다"며 "계속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결국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대낮에 맨정신으로 동생 직장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가해자 B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는 "내가 경찰이 무섭고 법이 무서웠으면 이렇게 행동하겠냐", "나 오늘 큰마음 먹고 왔다. 너를 없앨까, 네 주변 사람을 없앨까"라는 말을 해놓고, 법정에서는 "피해자를 위협할 의도와 살인할 고의가 없었다. 흉기는 자해를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변명했다면서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해자 가족이 재판부에 제출한 선처 탄원서에서도 "지난 10월 모 축제 행사장에서 OO이(피해자)와 그 가족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등 허위 사실을 기재해 피해자 가족을 경악케 했다.

가해자 B씨가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직장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캡처]
가해자 B씨가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직장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 캡처]

A씨는 "현재 가해자가 2심 판결에 상소해 대법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1심과 2심에서는 검사 구형 20년에, 최종 선고는 5년 감형돼 징역 15년이 나왔다. 전자발찌는 기각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부는 가해자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다행히 미수에 그쳐 사망까지 이르지 않은 점, 가해자의 가족들이 가해자에 대한 계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을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며 "가해자의 공격은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제압돼 중단됐는데 왜 감형해주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장 동료들 덕에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하지 않아 살인미수에 그쳤지만, 이는 살인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직장 동료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나와주지 않았으면 동생은 사망했을 것"이라면서 가해자의 출소 이후 보복범죄가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참은 게 대단할 정도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라며 "여전히 참담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을 회복하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