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20대 남성이 과거에도 데이트폭력으로 여러 차례 신고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경남경찰청은 전 여자친구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2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쯤 술을 마신 상태에서 거제시 고현동 한 원룸에 살고 있는 전 여자친구 B씨를 찾아가 주먹으로 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전날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 원룸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의 폭행으로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거제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지난 10일 숨졌다. B씨가 숨지기 전 가족들이 인근 대형병원으로 전원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3년 정도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한 사이로, 사건 당시엔 헤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학교 동기 사이인 이들은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진학했으며, 2022년 12월부터 이번 사건까지 총 12건의 데이트 폭력 관련 신고(쌍방 폭행 포함)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가 숨진 뒤 A씨를 긴급 체포했으나, 검찰이 증거인멸이나 도망염려가 없다며 긴급체포를 불승인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B씨 사망원인이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구두 소견 받고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와 대형병원 전원 거부 여부 등에 대해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