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구제역 확산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접종 중인 백신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51건의 구제역 감염이 확정돼 4만4313두의 돼지ㆍ소가 살처분됐다.

지난달 3일 충북 진천농장에서 첫 확진 판정 이후 40여일간 꾸준히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는 꼴이다.

특히 소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안성에서 지난 8일 하루에만 4건의 돼지 구제역 의심축 신고가 접수돼 지난달 3일 첫 발생한 이후 하루 최대 발생 건수를 기록했다.

이로인해 이번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가 현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백신 정책에 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연간으로 영국 기업인 메리알(Merial) 백신 구입에 예산 6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백신은 수의사협회가 들여와 국내 백신업체 5곳에 공급하고 이들 업체가 백신을 소용량으로 나눠 담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전 세계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백신의 효능에 대한 분석결과’ 보고서에는 작년 7월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구제역 바이러스 표본이 포함됐고, 이 바이러스는 이미 일정부분 변형이 진행돼 기존 백신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전문가들도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가운데 변이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의 효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소속 한 연구자는 “바이러스는 진화와 변이가 빠르다”며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은 개발된 지 수십년이 된 것으로 효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경기도 안성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한우는 2012년 4월생으로 출생 이후 6개월 간격으로 모두 7차례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안다”며 “이로 인해 농가들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제역 바이러스도 계속 변종이 생긴다는 점에서 정부가 2011년부터 똑같은 백신을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바이어스면역학 전공) 교수는 “메디알사 백신을 몇 차례 접종했음에도 불구, 구제역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백신으로 바꾸는 것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림부 방역총괄과 한 관계자는 “현재 백신은 ‘O형(O1 Manisa)’으로 지금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6배를 항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제품”이라며 “구제역 발생 건수가 2011년 대비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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