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3년 전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 씨의 추모공간이 반포한강원에 남아있는 가운데, 이를 철거하라는 서울시 처분에나왔다. 이같은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이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손씨의 한강 추모공간을 관리한 A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철거명령 및 계고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각하했다. 각하는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현재 상태로 끝내는 조처다.
재판부는 시가 철거 예고 현수막을 내건 데 대해 “원고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 볼 수 없어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재수사 촉구 모임을 이끌면서 2021년 5월부터는 반포한강공원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관리한 A씨가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서울시가 같은 달 20일까지 공간을 자진철거하라며 ‘불이행시 하천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현수막을 추모공간 앞에 내걸자 이같은 행정소송에 나섰다.
A씨는 적법한 송달 절차를 거치지 없이 현수막만을 사용해 이같이 알린 것이 절차적 하자라고 주장했다. 다른 대안 없이 전면적 철거를 명해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주장도 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수막에는 자발적 철거를 권유하는 내용이 기재됐을 뿐이고 강제적으로 명하는 내용이 없는 등 토지 무단점용에 제재 처분을 한 것도 아니”라며 “특정한 의무를 부과했다는 정도로 구속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서울시는 하천법에 따른 제재 처분에 바로 나서지 않았고 시민 간담회 등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공간 규모 등을 A씨와 상의했다”고 평가했다.
손씨는 2021년 4월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B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뒤 닷새 만에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B씨의 개입을 의심해 그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과 검찰 모두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