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국내 시중은행의 혁신성 평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는 은행권의 보수적인 관행을 없애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평가했다고 하지만, 사실 정부의 ‘은행 길들이기’ 혹은 ‘무리한 줄세우기’기 아니냐는 혹평이 많다.

이처럼 은행의 혁신성 평가가 비판을 받는 것은 평가 항목의 적절성에 대한 이견이 많은 탓이다. 은행 업무의 혁신성을 평가하기보다 정부가 강조했던 기술금융이나 중소기업 대출, 가계부채 조정 등 정책금융 관련 항목 비중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정부의 현장지도를 충실히 따른 은행은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은행은 나쁜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평가 항목을 보면, 100점 중 40점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온 기술금융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기술금융 제공 총량 즉, 공급규모가 16점이나 돼 절대적이다. 지난해 기술금융 실적이 가장 좋았던 신한은행이 혁신성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기업 여신 비중이 작고, 기술금융 제공 총량 역시 적은 한국씨티나 SC 등 외국계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하위권을 기록했다.

또 보수적 금융개선(50점)과 사회적 책임이행(10점) 등 다른 부문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실적(10점)과 가계부채 구조개선(2점) 등 정부의 시장 지도사항이 포함돼 있다. 즉 평가 항목의 절반 이상이 정부 정책의 충실한 이행 여부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정부가 ‘혁신성’ 혹은 ‘금융개혁’을 앞세워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은행 줄세우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평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 결과를 은행별 성과평가체계(KPI)에 반영해 연말 성과급에 영향을 받도록 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CEO) 등 최고경영층은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성과급의 12%까지 불이익을 받고, 일선 영업점 직원들도 10~100%포인트가량 성과급 변동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금융권 규제개혁을 강조하면서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뱉은 지 수개월 만에 은행 경영에 영향을 주는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c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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