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프레지던츠컵 명예회장 활성화방안 문체부에 적극 주문
공무원 필드 나갈지는 아직… “골프치지 말라 한적 없다”면서 “칠 시간 있나요” 한마디에 찬물
‘골퍼’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사회에 은연 중 내려진 ‘골프 금지령’을 사실상 해제할 뜻을 내비쳐 주목을 끌고 있다. 현 정부 출범 2년간 라운딩은 고사하고 골프채 잡기도 눈치 보였던 공직자는 물론 그들과 ‘운동’을 통해 접점을 찾길 원했던 측이 모두 술렁인다. 실제 라운딩을 ‘감행’하는 공직자가 얼마나 될진 미지수인 가운데 대통령의 메시지 판독이 어렵다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골프가 침체돼 있다, 활성화를 위해 좀 더 힘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며 “문체부에서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그런 메시지가 중요한 것 같다. 정부에서 마치 골프 못치게 하는 것처럼…”이라고 하자, “그건 아닌데”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 관가에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다고 부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다소 뜬금없이 골프 활성화를 언급한 건 이유가 있다.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단체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의 명예 대회장직을 맡기로 작년 11월 수락했기 때문이다. 명색이 대회장으로서 골프에 무관심하거나 공직사회에 ‘골프 금지령’을 내린 장본인으로 비쳐지면 면(面)이 서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걸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설명대로 엄밀히 따져볼 때 그가 실제 ‘골프금지’를 명(命)한 적은 없다. 다만, 그의 과거 발언의 정황과 이를 듣는 쪽에선 ‘절대 불가’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던 2013년 초 현역 장성들이 골프를 친 게 드러나자 박 대통령은 “특별히 주의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했고, 같은해 6월 국무회의에선 당시 이경제 방통위원장이 “이제 골프를 좀 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한 달 뒤엔 청와대 수석들에게 “골프를 쳐라말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바쁘셔서 그럴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어법상 각종 정책 추진에 몰두해야 할 공무원의 골프는 ‘현실적으로 불가’라는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저간의 사정이 어찌됐든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골프 활성화 방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관련 업계엔 조만간 희소식이 전해질 분위기다. 최경화 경제부총리가 “국내에서 골프와 관련해 특별소비세, 개별소비세가 붙는다”고 한 만큼 관련 세제 손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공직자가 실제 라운딩을 할 수 있을지는 정국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법과 같은 개혁 과제가 숱하게 쌓여 있는데다 대가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받게 되는 ‘김영란법’이 작동 초읽기에 돌입한 점도 공무원들이 골프장으로 선뜻 발을 떼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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