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기자]외씨버선길의 경북 구간에서 고택을 통해 양반들의 삶을 들여다봤다면 강원 영월에서는 굽이치는 산세 속에서 강원도 지역민들의 억척스런 삶과 만나게 된다. 화전민들이 개간한 계단식 다랭이논에서 그들의 고단한 삶을 엿보고, 동가숙서가식하던 김삿갓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자유로운 영혼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에 빠져보게 만드는 곳이다.

▶경상도와 강원도가 만나는 마루금길=외씨버선길 열한 번째 길인 마루금길은 한발은 경상도에 다른 한발은 강원도에 두고 있다. 길의 시작점인 용운사에서부터 벌써 ‘강원도의 힘’이 느껴진다. 무어라 규정할 수는 없지만, 산세를 눈에 담고 보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온갖 나무와 새들과 벗하고 보면 인간 세상이 어디인가 싶을 정도로 적막하기 그지없다. 보이는 건 산과 천(川)이요, 들리는 건 산새 소리와 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 뿐이다.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br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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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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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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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마루금길의 시점인 용운사로부터 2km 떨어진 생달마을은 펜션과 민박의 숙소가 모여 있는 전원마을이다. 열 번째 약수탕길 일정을 마무리하고 마루금길 일정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위치에 있다. 하룻밤을 지내고 백두대간 자락에 올라서서 무념무상 걷다보면 하루 해가 훌쩍 넘어간다. 삼도봉, 어래산, 선달산은 쉬엄쉬엄 가라 하지만 여행객의 발걸음은 자꾸만 빨라진다. 마루금길에는 중간에 음료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없어 길 떠나기 전에 미리 음식물을 준비해야 한다.

고갯마루의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마루금길 양끝 모두 1시간 이상 산오르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는 길이다.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br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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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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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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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방랑시인 김삿갓의 정취를 따라=열한 번째 길의 종점이자 열두 번째 길의 시점인 김삿갓 문학관은 삿갓 형상의 지붕을 얹어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문학관 앞 광장에는 동상과 시, 타일 그림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개관한 지 10년째를 맞은 김삿갓문학관에는 김삿갓 관련 연구 자료와 유물, 서적 등을 비롯해 주거지 복원 모형, 가계도, 김삿갓이 생전에 착용했던 신발과 삿갓 등이 전시돼 있다.

인근에 김삿갓계곡과 조선민화박물관도 둘러볼 만한다. 김삿갓계곡이 ‘무릉계’라고 칭했을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물이 차갑고 깨끗한데다가 수심이 깊지 않아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여름철에 찾으면 더 좋은 곳이다.

조선민화박물관은 민화전문 시립박물관으로 2000년 개관했다. 어해도와 화조도, 까치와 호랑이 등의 작품을 상시전시하고 있다. 19세 미만 출입금지인 2층 춘화방에는 250여점의 춘화가 전시돼 있어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 사회에서 뒷방으로 전락한 남녀상열지사의 현장을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br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김삿갓을 그대로 마을이름에 쓰고 있는 김삿갓면은 온통 김삿갓으로 도배를 해 놓았다. ‘김삿갓반점’, ‘김삿갓주막’, ‘김삿갓포도’ 등 모든 상호에 김삿갓이 빠지지 않는다.

김삿갓주막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곁들인 강원도특주인 옥수수 동동주는 그 빛깔부터 식욕을 자극한다. 사기 그릇에 한잔 그득 따른 노란 동동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메밀가루로 부친 부추전을 크게 한점 떼어 물면 옥수수 향과 부추가 입안에서 섞이며 맛의 경연을 펼친다. 참기름 대신 들기름만을 사용한다며 한바탕 늘어놓는 주인 아주머니의 음식 자랑을 듣다보니 금새 동동주 한병이 비었다.

같이 길을 나선 일행 중 연배가 있는 한 분이 ‘김삿갓 북한 방랑기’ 얘기를 꺼냈다. 예전 TV가 귀하던 시절,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김삿갓 방랑기는 1964년 5월 18일 첫 전파를 탄 이후, 저녁 시간대 마을 사람들을 라디오 앞으로 모았다. 북한 사회의 참상을 청취자들에게 알리고 반공의식을 고취할 목적으로, 김삿갓을 등장시켜 북한주민들의 생활모습을 비극적으로 소개했다. 방랑기는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그 다음해 2001년 4월 종방을 할 때까지 37년간 1만1500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자신의 이름이 남북 이념 대결의 구도 속에서 선전 활동으로 이용될 줄 짐작이나 했을까싶다. 북한에서는 ‘홍길동 남한 방랑기’를 만들어 맞불 작전을 구사하려 했으나 60일만에 중단했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br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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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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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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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역사의 향기 그득한 관풍헌=김삿갓면을 지나 외씨버선길의 마지막 길인 관풍헌가는길에 올랐다. 대야산성은 테뫼식 산성(산 정상부를 둘러 쌓은 산성)으로,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 남한강 뱃길을 지키기 위한 성으로, 온달성과 왕검성 사이에 축조됐다. 현재는 남쪽과 서쪽 성벽 일부만 남아 있다.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아직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는 않은 듯했다. 무너진 고목이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는데도 그대로 방치돼 있어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음을 금새 알 수 있다.

정상에는 큼직한 바위들이 널부러져 있고 망원경까지 갖추고 있어 따로 전망대를 두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굳이 50m 떨어진 곳에 전망대를 두고 있었다. 투덜대며 가시덤불을 헤치며 전망대 데크에 올라섰더니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며 마을을 끼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폭의 캔버스가 펼쳐 놓은 듯 했다. 그 중앙에 민속모텔이 드라마 셋트장마냥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어 이채로웠다.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br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외씨버선길 열셋째길에서 바라본 남한강이 굽이치고 있다. 영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대야산성을 내려와 외씨버선길에서 조금 우회하면 오른편에 고씨동굴 관광지구가 있다. 아프리카박물관 등 관광지와 숙박 시설이 밀집해 있어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각동교 위에서 바라본 강 바닥은 판상절리 구조여서 당장 물가로 내려가 손에 살짝 힘을 주면 판으로 쩍쩍 쪼개질 것 같다.

외씨버선길의 종착점인 관풍헌은 영월읍소재지로 외씨버선길이 지나는 지역 중 가장 번화한 곳이다. 관풍헌을 찾은 날에는 문화재 발굴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6월부터 시작된 조사는 11월 말까지 예정돼 있었다. 매장문화재를 발굴하기 위해 바닥을 다 파 놓아서 주변이 산만했다. 관풍헌은 1456년 단종이 유배됐던 청령포에 홍수가 나자 거처로 사용했던 건물로, 단종이 인근 자규루에 올라 자규사와 자규시를 읊었다고 전해진다. 단종은 17세의 일기로 관풍헌에서 사사했고, 외씨버선길 열세 구간도 관풍헌에서 끝을 맺었다.

thlee@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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