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 북극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이 뜨거워지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북극의 빙산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연안국들의 걱정은 다른 데 있다. 빙산이 녹아내리면서 북극의 금싸라기가 떠오르면서 자원 선점을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외신들이 “북극이 신(新)냉전지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북극은 지구 자전축의 북쪽 꼭짓점인 북극점을 중심으로 북위 66도 30분의 북쪽 지역을 일컫는다. 하지에는 낮이 24시간, 동지에는 밤이 24시간 지속되는 북극은 그린란드 스발바르제도 등의 섬과 북아메리카, 유라시아 대륙이 에워싸고 있다.

북극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자원이다. 이곳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는 각각 900억배럴과 47조㎥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13%와 30%에 해당한다. 화석연료 외에도 2조달러 상당의 철광석, 구리, 니켈 등이 매장돼 있으며 금, 다이아몬드, 은, 아연, 납, 우라늄 같은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이뿐 아니라 북극의 연간 수산 어획고는 전 세계의 약 40%로 4600만t 수준이다.

북극의 해빙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북극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점도 북극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2012년 9월 북극 빙하 넓이는 관측 사상 최저치인 341만㎢로 떨어졌다. 얼음이 녹으면 바닷길이 열린다. 2012년 9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북극항로 전 구간이 완전히 해빙됐다. 2020년엔 연 6개월, 2030년엔 1년 내내 일반 항해가 가능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북극항로는 동아시아와 북대서양 양안 지역을 잇는 최단거리 해상경로라는 점에서 해운업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이권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러시아는 가장 먼저 북극 선점의 불씨를 댕겼다. 2007년 탐험대를 결성해 북극점 심해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은 후 북극 영유권 증거 수집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은 북극탐사 예산을 40% 증액했고, 캐나다는 글로벌 자원기업에 개발권을 부여했다. 네덜란드 셸은 원유 굴착용 선박을 지난해 투입하는 등 굴지의 기업들도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러 나라가 북극이사회 옵서버 가입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도 북극 개발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서다. 북극이사회는 인접국인 노르웨이 덴마크 러시아 미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캐나다 핀란드 등 8개국이 회원국으로 북극에 관한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협의기구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싱가포르와 함께 정식 옵서버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 멤버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폴란드 등 6개국뿐이었다. 정식 옵서버가 되면 정식회의 참여가 가능하고 북극 프로젝트 제안권 등이 보장돼 사실상 북극의 모든 사업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