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처음에는 만 27세인 이민호가 1970년대 서울 강남의 개발 붐을 다룬 ‘강남 1970’이라는 복고풍 영화의 주인공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민호 주위에서도 “트렌디한 영화를 하지 않고 왜 이런 영화를 하지”라는 반응들이 있었다. 이민호에게는 70년대 이야기는 사극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이민호에게는 역주행일 수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이민호는 드라마 ‘상속자들‘에 출연하기 전부터 이 영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유하 감독은 ‘강남 1970’를 상당히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고생하신 아버지 세대에 바치는 헌사인 ‘국제시장’과는 정반대다. 강남 개발은 군부독재 시대의 중앙정보부장이 두 명의 똘마니형 정치인과 함께 정권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렇게 해서 강남 개발은 이들과 손잡으려는 자본가들과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 돈을 받고 움직이는, 그래서 의리와 배신을 반복하는 소모품 조폭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말하는 영화다. 강남 개발의 구획을 멋대로 정하는 과장급 실무 공무원이 나중에는 정치인과 조폭들이 만든 부동산 회사에 들어가 있다. 지금은 번드레하게 지어져 있는 강남이 권력과 폭력과 야합해 탄생했다는 거다. 한마디로 좀 센 영화다.

먹을 게 없을 정도로 못살아서 이 조폭세계에 들어가 깡패가되는 김종대를 연기한 이민호가 이 영화와 접점을 이루게 되는 것은 여기서 시작된다. 심각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비주얼만으로도 멋있는 이민호가 화려한 액션을 펼치자, 영화를 따라가기가 쉽게 됐다. 꽃미남 이민호가 액션을 하면 더욱 멋있다. 강남 개발의 단순한 스토리만으로 2시간 이상을 끌고가는 건 무리다.

이 영화가 섹스와 폭력을 극대화시켜 굳이 19금 영화가 된 것도 그때문이다. 섹스와 폭력으로 영화가 스타일리쉬 해지면서 남성관객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강남 1970’은 분위기가 ‘영웅본색‘이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우울한 누아르풍 정서를 지니게 됐다. 그렇게 해서 1970년대 강남의 부동산 개발 이야기를 잘 모르거나 혜은이의 ‘제 3한강교‘와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들어보지 못한 20대 전후의 젊은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유하 감독이 이전에도 권상우나 조인성 등 멋있는 꽃미남과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조폭, 건달 세계에 투입시킨 것도 이해가 될 듯하다.

이민호가 멋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강남에서 “내가 달리는 데까지가 내 땅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멋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민호와 김래원이 연기함으로써 밑바닥에서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 의식주에 대해 종대와 용기가 가지고 있는, 잘 살아보려고 하는 그들의 고민이 지금 세대의 고민과 맞닿아있게 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민호의 멋있는 모습도 보고, 유하 감독의 정치적 시선도 읽어보는 게 ‘강남 1970’의 감상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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