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사건’의 여진(餘震)이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권을 넘보던 실세 정치인 두 사람이 검찰조사에 이어 기소를 눈앞에 두고 있으나, 이는 사건수습 과정에서 단지 시초에 불과하다는 보도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듯이, 이 사건 또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불법 선거자금 모금(정치의 경제남용), 기업의 금융정책남용(경제의 정치포획), 정부의 과도한 금융시장개입(관치금융), 금융행정의 정치화(정치에 의한 행정남용)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병리현상들을 해결하려면 정치ㆍ경제ㆍ행정의 부문별 개혁에 더해, 이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재정립 또한 필요하다. 어려움이 몇 배로 커지는 ‘난해한(wicked)’ 개혁문제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이유다.
올해 들어 정부는 공공, 노동, 교육에 더해 금융을 ‘4대 부문 구조개혁’의 하나로 설정해 놓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금융을 매개로 빚어진 성완종 사건은 개혁추진에 동력이 아니라 차질을 빚어내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정부정책 전반에 대한 낮은 국민신뢰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발전수준이 세계 80위, 금융건전성은 122위라는 믿고 싶지 않은 해외 평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금융부문 개혁을 위해 행정부와 국회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올해 연두 업무보고에서 금융위는 ‘ITㆍ금융 융합지원, 사모펀드 규제완화, 중소ㆍ벤처에 대한 투자 및 회수기회 확대’ 등을 주요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구조개혁’이라는 수사에 어울리는 획기적인 개혁안과는 거리가 멀다. 20여명의 의원들이 공동으로 내놓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의 투명성 증대나 채권단의 자율성 강화 등의 긍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성완종 사건 직후에 나온 개정안 치고는 의도하는 (관치금융 등에 대한) 정책목표나 예상되는 결과가 모호하고 지엽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구조개혁을 위한 보다 획기적인 문제의식과 과감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행정학자의 시각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정책의 핵심 문제로 정치ㆍ행정 간의 관계설정에 주목하게 된다.
전자, 즉 금융(감독)정책의 결정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금융위의 보좌를 받아 결정한다. 금융위는 ‘1987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요인 가운데 재정경제원의 관치금융과 무능함이 포함된다고 보아 당시 ‘4대 부문 개혁’의 하나로 추진된 금융개혁의 산물이다. 후자, 즉 금융(감독)정책의 집행은 역시 외환위기 직후 설립된 금감원이 담당해 오고 있다.
문제는 두 기관 간에 ‘분업’보다는 ‘상하’의 관계로 위상설정이 되어 있는 점이다. 신설된 지 10년이 지난 2008년에야 비로소 두 기관의 수장들의 겸직을 분리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인식 면에서나 실제 권력 면에서나 양 기관 간의 종속관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개혁 방향은 ‘정치ㆍ행정 이원론’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국회나 대통령(금융위)은 정책이나 법규를 만들고 집행기관의 탈법을 감독할 수는 있으나, 주어진 법규에 따라 금감원이 소신껏 수행하는 정책집행을 편의에 따라 간섭할 수는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검찰의 부여된 업무수행을 국회나 법무부나 심지어 청와대가 좌지우지할 수 없고, 법규에 따른 교통순경의 지시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따라야 하는 원리와 같다.
이 점에서 금감원의 위상강화가 절실하다. 현재 3년으로 돼 있는 금감원장의 임기를 최소한 대통령의 임기보다는 길게 하고, 원장에게 내부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금융감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금감원을 경제부문의 대법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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