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국회가 대통령령, 각종 시행령,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의 제ㆍ개정에 개입하는 내용으로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몇몇 행정입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로 과잉규제를 담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으로부터 제동이 걸린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 국회법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3권분립 위배”, “국민과 외부기관을 통제하는 내용을 국회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월권”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원안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법률-행정입법 간 연계성과 관련한 ‘포괄위임(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 금지 원칙’에 대해, 헌재와 법원의 견제가 크게 강화돼, 포괄위임에 따른 위헌 결정 사례가 감소하고, 행정입법 성안때 법제처 규개위 심의 등 다양한 검증장치가 마련된 상황이어서 ‘국회 개입’은 부적절하는 의견이 많다.
사전에 법제처, 사후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필터링하는 것으로 족하지,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법조인들은 입을 모은다.
▶“위헌적 행정입법 4~5% 수준”=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이 12개 분야 814개 법령에 대한 위헌성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는 것은 200개 법령 447건이었다. 이 중에서 ‘행정입법에의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88건이다. 포괄위임 금지 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법령을 기준으로 하면 법제연구원 검토 대상의 4~5% 수준이다.
국회의 행정입법 개입으로 행정부가 무력화될수 있다고 걱정하는 청와대, 총리실, 행정 각 부, 법제처가 행정입법 성안 과정에 좀 더 치밀하게 신경을 쓴다면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실수를 발본색원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정입법에 대한 헌재와 법원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행정입법의 마지막 남은 문제점을 개선할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헌재는 총론적으로 “입법자에게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영역이라면 행정부에게 필요한 보충을 할 책임이 인정되며, 전문적인 식견에 좌우되는 영역에서는 행정기관에 의한 구체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행정입법의 전문성과 시대변화에 따른 탄력성 고려= 헌재는 2009년 모형 총기 소지자도 형사처벌하도록 한 규정에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기술 발달로 새로운 성능의 모형 총기가 계속 등장할 수 있는 만큼 법률에는 단속 대상인 모형 총기의 전체적 기준만 정해놓고 세부 규율은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시대변화에 민감한 사안은 행정실무자가 주도하는 행정입법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헌재는 비업무용 자산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법인세법 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주택업자들의 헌법소원사건에서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고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률이 ‘해당 법인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산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산’이라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비업무용 자산의 범위에 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범위를 한정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모법에서 분명한 방향설정이 이뤄지면 행정부의 재량으로 세부사항에 대해 행정입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헌재는 2004년 금융산업 구조개선법 및 금감원 고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법률 조항은 부실 금융기관을 결정할 때 부채와 자산의 평가 및 산정의 기준, 적정 조치의 기준과 내용에 관해 금감위 고시에 위임하고 있다”며 “입법위임된 사항은 전문적,기술적인 것으로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행정부의 전문성을 존중한 것이다.
▶졸속 법률이 하위 행정입법 과잉을 부른다= 이에 비해 헌재는 2009년 ”지자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정부의 포괄적 합동감사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2011 ‘기반시설’의 정의를 하위 행정입법에 위임해놓고 하위법령은 이 속에 골프장까지 포함시킨것은 포괄위임 금지원칙 위배로 보았다. 모법에서 명확지 않은 규제 대상을 정해놓고 행정부가 하위법령을 통해 그 규제 대상 용어를 임의로 해석한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은 1994년 2월 지역별 교습수요 기준을 하위법령에 포괄위임하는 바람에 행정입법이 학원설립인가 요건을 좌지우지하도록 방치한 학원설립법에 대해 위헌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학원 설립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즉시 삭제됐다.
2011년 헌재에서 위헌 결정된 영유아보육법 제14조 ‘직장보육 지원’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하위법령 여러개를 꼼꼼히 찾아보지 않고는 내가 지원받을 대상인지 전혀 가늠할수 없었다. 이는 행정입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상위 법률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회의원 법안 건수 올리기, 철저한 검증 필요= 하위법령인 행정입법보다는 국회법률심의와 발의 과정이 더 졸속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특히 ‘청부입법’으로 불리는 의원입법은 16대 국회 1912건, 17대 6387건, 18대 1만 2220건으로 급증하더니 19대에서는 2년 8개월 만에 1만 2394건이나 발의됐지만, 18대 1693건에서 19대 862건에 그쳤다. 국회의원들의 건수올리기 경쟁이 상위법 부실을 초래했고, 행정입법은 ‘어찌할 도리없이’ 하위령에서 구체적인것을 담는 과정에서 무리가 따랐다는 주장도 일리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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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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