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7월 10일. 새누리당은 조용했습니다. 최근 새누리당은 하루하루, 아니 매분매초가 숨 가빴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시작해 국회법개정안, 청와대 반발, 당청 갈등, 계파 분열, 거부권 행사, 원내대표 사퇴까지….
점심조차 편히 먹지 못할 만큼 상황은 매순간 급변했습니다. 의원총회도 본회의도 언제 시작할지 언제 끝날지 모를 긴장과 기다림의 연속이었죠. 언제 그랬느냐는 듯, 10일, 주말을 앞둔 10일 국회는 조용했습니다.
금요일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난 8일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새누리당은 대외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워낙 시끄러웠던 탓이죠.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로 남긴 상처는 그만큼 깊었습니다. 내분을 단속하고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들을 상대로 ‘묵언(默言)’을 주문했습니다. 의원들도 라디오 출연이나 인터뷰를 삼가는 분위기입니다. 유난히 조용할 수밖에 없었던 10일입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떠난 자의 빈자리입니다. 이날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일정에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일정이 모두 공란이었습니다. 유 원내대표가 떠나면서 원내 지도부도 사라졌습니다. 유 원내대표는 이제 ‘유승민 의원’입니다. 이날도 지역구 현안 챙기기에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역구인 대구 동을 현안인 ‘K2공군기지 이전 사업추진 보고회’에 참석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사퇴의 변을 밝힌 이후, 유 전 원내대표는 수차례 기자들의 질문에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떠난 자는 말이 없다는 걸까요? 남은 자도 있습니다. 최고위원들입니다. 최고위원은 새 원내대표 선출에 직면했습니다. 또다시 시험대입니다. 앞서 최고위원들은 원내대표 자진 사퇴를 압박했지만, 끝내 유 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서 사퇴를 수용했습니다. 최고위원에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셈이죠. 최고위원을 상대로 반발도 거셌습니다. 유 전 원내대표와 공동 책임을 주문하는 비판도 있었으니까요.
남은 자, 최고위원들은 쉴 틈 없이 바로 또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새 원내대표 선출에서 경선이 아닌 합의 추대를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비박계ㆍ친박계로 갈라선 당심을 달래고, 단일화로 조율해야 합니다.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12일까지 후보 등록을, 14일까지 선출을 마치겠다는 시간표입니다. 남은 자는 또다시 분주합니다.
기다린 자도 있겠죠. 과거는 과거, 누군가 떠난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일 것입니다.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새 원내지도부에 채워질 인물들입니다. 본인이 원하고, 또 원치 않더라도 결국 빈자리는 채워져야 합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로 유력하게 검토됩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원내지도부 공백을 무난히 채울 수 있고, 지역구가 수도권이란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친박계에서도 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죠. 정책위의장으로는 홍문종ㆍ김재원ㆍ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됩니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입니다. 유 원내대표 사퇴와 당청 갈등 회복 요구 속에 새롭게 입지를 넓힐 기회가 찾아온 셈입니다.
정치는 어제와 오늘이, 또 오늘과 내일이 다른, 생물(生物)이라 합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운명은 떠난 자, 남은 자, 기다린 자로 갈렸습니다. 이들의 운명은 또 순식간에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그게 정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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