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경고, 면직 수순?..논란 자칫 정치권으로 번질 우려도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보건복지부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기금운용본부장의 임명권이 공단측에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 복지부는 최 이사장에게 연임 불가결정을 재검토하라고 공문을 보내면서 사실상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등 양측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꼴이다. 사태의 배경에는 국민연금 기금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이견과 국민연금 운용, 주주권 행사 등에 대한 최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복지부 사이의 입장차가 얽혀 있어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복지부가 최 이사장에 대한 기관장 경고, 면직 신청 등의 수순을 밟게되는 파국을 맞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복지부의 ‘강공’을 최 이사장이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다. 국민연금 기금의 지배구조 등 여러 현안에서 홍 본부장과 이견이 명확했던데다 일단 한번 꺼내 든 칼을 다시 거둘만한 명분도 약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류는 복지부가 공문을 보내기 전에 공단이 보도자료를 통해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임명권이 공단 이사장에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대목에서도 읽혀진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의 이번 결정이 그간의 상식과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인 만큼 최 이사장을 징계할지 여부까지 고민 중이다. 또 최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과 이사장에 대해 기관 경고나 기관장 경고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면직은 임명 절차와 마찬가지로 복지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말까지다.
홍 본부장 연임 여부를 둘러싼 최 이사장과 복지부 사이의 논란은 자칫 정치권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등 2가지 사안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각각 찬성과 반대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기금운용본부의 일에 부당하게 간섭한다‘며 최 이사장을 질책했으며 야당 의원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홍 본부장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최 이사장과 복지부가 마주보고 달리는 배경에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결정권한과 관련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과 국민연금법에 대한 법령 해석의 차이가 존재한다. 복지부는 연임 여부를 정할 때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 이사장은 임명이 아니라 연임에 관련된 것인 만큼 승인을 받을 사안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복지부는 “그간 연임 결정때 공단과 복지부가 협의해서 결정했던 전례와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측은 “기금운용본부가 1999년 출범한 이후 6명의 기금운용본부장 중 연임은 한차례뿐이며, 지난 2010년만 해도 공단 이사장의 결정에 따라 기금운용본부장이 연임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한편 지난 12일 연임 불가 결정은 최 이사장이 복지부와 홍 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협의하던 중에 돌연 나왔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그간 여러 차례 최 이사장에게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최 이사장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자 복지부에 알리지 않고 연임 불가 결정을 한 뒤 이 사실을 홍 본부장에게 통보한 것이다.
최 이사장이 복지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홍 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기금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 주주권 행사 등에서 두 사람이 보인 의견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공사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찬성 뜻을 보여왔지만, 최 이사장은 반대 견해를 보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해서도 최이사장은 홍본부장이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의견을 묻지않고 자체 내부 투자위원회 논의를 거쳐 찬성을 결정한 것에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사이에서 그간 보고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연임이 확실시되던 홍 본부장이 임기가 내년 5월말로 얼마 남지 않은 최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중요사안을 복지부에 직접 보고하면서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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