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개월째 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높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식·체감물가 간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민감함’을 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일 빈번하게 쓰는 ‘의식주 물가지수’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실제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는 최근 공식 물가지표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크다는 비판에 따라 내부적으로 의식주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월평균 의식주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2년(4.1%), 2013년(1.6%), 2014년(1.4%)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공식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6%에 불과하다. 소비자물가는 11개월째 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나타난 일반인의 물가 인식 수준은 지난달 2.4%로,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0.6%)의 4배 수준이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지난달 2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2월 이후 지금까지 물가가 0%대 상승했지만 일반 국민은 체감물가가 높다고 인식해 소비자물가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통계상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소비자물가는 481개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되지만, 개별 가구는 이 중 일부만을 소비한다. 지난달 8월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경유 등 자동차 연료가격이 떨어져 교통 부문 물가가 6.5% 하락했다.
그러나 전철(15.2%)과 시내버스(9.2%) 등 대중교통 요금은 올랐다.
이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물가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평균의 함정’이다.
지역별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유 청장은 강조했다.
지난달 서울지역 물가는 1.3% 올랐지만 충북(-0.4%), 전북(-0.3%), 경북(-0.2%) 물가는 떨어졌다.
‘평균의 함정’만으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심리적 요인을 들었다.
통계상의 소비자물가는 구입 빈도를 고려하지 않고 산출되지만, 체감물가는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품목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물가에서 비슷한 가중치가 부여되는 배춧값이 오르고 냉장고 값은 내렸을 때 소비자들은 물가가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 청장은 “사람들은 같은 금액의 이득과 손실을 봤더라도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손실회피 성향이 있다”며 “소비자물가는 가격 상승과 하락을 동일하게 반영하지만 체감물가는 가격 상승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체감물가와 공식 물가상승률이 괴리를 보이는 것은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민감한 반면, 하락에는 둔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통계청과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 현상에 미국·일본 등 선진국 통계청은 고령층 물가, 저소득층 물가, 구입 빈도별 물가 등 다양한 보조지표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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