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번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일하는 자는 따로 있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자가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적어도 현대적 부가가치 형성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우리 조상들의 이 속담은 아무래도 현실을 너무 도외시한 말씀이다. 곰의 재주만 높이 사고 곰이 재주를 넘게 훈련시킨 사람의 공은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이다. 곰이 그냥 산이나 들에 있다면 그저 위험한 존재일 뿐이다. 이런 위험한 곰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재주를 넘는 곰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산업 생태계에서 ‘재주 부리는 곰’이란 어떤 존재인가? 아마도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학자이든 공학도이든)이거나 혹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거나 혹은 뛰어난 재주를 보유한 사람이거나 여하튼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곰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그 재주를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으로 만들려면 훈련시키는 사람들과 그 유익한 재주를 돈 주고 보려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창의적 기술, 아이디어, 재주 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유익한 재주로 탈바꿈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기술적으로는 ‘죽음의 계곡’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유익한 재주를 갖도록 훈련받고도, 구매자들을 끌어모으는 역할 즉 비즈니스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 줄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두 번째 고비로서 ‘다윈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곰들이 재주를 마음껏 부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게 만드는 존재들은 산업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얼마든지 있다. 이른바 엔젤이라는 존재, 벤처캐피탈이라는 존재 그리고 나아가 이들의 가치를 궁극적으로 높여주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선배 비즈니스라는 존재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제법 재주 있다는 곰들은 모두 실리콘밸리를 기웃거리고 있다. 인구수 대비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았고 GDP 대비 R&D 지출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유일한 나라인 이스라엘의 창업자들도 궁극적인 꿈은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재주 있는 곰을 발굴하고 훈련시킨 후 많은 사람들에게 재주 부리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도 산업 생태계가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꿈을 가지고 지금까지 많은 정책들을 전개해 왔다. 창업자들을 훈련시키는 기관을 다수 만들어 왔고, 될성부른 떡잎들에게 자금을 대어주는 엔젤, 벤처캐피탈과 같은 존재로서 공적자금 및 민간자본이 활동하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결과를 큰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주는 존재에 대해서는 생각이 잘 미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여 그 주된 멘토 역할을 몇몇 대기업들이 맡도록 유도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매우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기업들이 과거에 해온 기술탈취, 종속적 관계 형성 등의 관행에 대한 의심이 재주 있는 곰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곰을 재주 부리게 하는 역할을 맡을 존재는 성공적인 사업 경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 등을 두루 갖춘 이들 대기업들일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들이 될 성 부른 곰들을 모아서 국제적인 무대에 세워 재주를 넘게 하는 역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난다. 서두의 속담에서 ‘사람’ 대신에 ‘왕서방’을 쓰는 경우가 있듯이 지금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여 중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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