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북한의 로켓(미사일) 발사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의 첨예한 대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 이른바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리경제의 주요 현안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수출 회복을 위해 정부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방침을 세웠으나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고,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던 노동과 공공 등 구조개혁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정치권의 무관심 등으로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외환ㆍ재정건전성 지표를 바탕으로 신흥국과의 차별화를 기대했지만 최근 일부 신용평가사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를 이유로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면서 차별화 기대마저 희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ㆍ안보위기가 겹치면서 올해 정부 목표인 3%대 성장이 물건너갈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이렇게 될 경우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차질이 빚어져 올 1분기 ‘21조원+α’의 경기보강방안에 이어 추가경정(추경) 예산편성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항상 잠복해 있는 ‘복병’이지만 연초에만 해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로켓을 발사한 이후 남북한이 개성공단 등 모든 교류ㆍ협력 통로를 끊고 ‘강대강’ 대결로 치달으면서 최대 악재로 부상했다.

대북 리스크와 대외불안이 2014년의 세월호, 지난해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은 올해의 최대 돌발변수가 된 것이다.

대외여건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지난달 수출이 달러화 기준으로 11.2%, 위안화 기준으로는 6.6% 줄어 ‘실물경제 쇼크’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이로 인해 중국 성장률이 6% 아래로 추락하며 경착륙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첨예한 정치ㆍ외교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수출회복을 위해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과 소비재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 등을 추진하고, 내수시장 회복을 위해선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부진에다 외교 갈등이 심화할 경우 경제적 마찰이 커져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4%, 연율로는 -1.4% 감소하며 침체가 심화되고 있고, 미국의 경기회복도 더딘 상태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등 환율전쟁이 격화하면서 올해 정부가 목표로 잡은 2.1% 수출 증가도 물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신흥국과의 차별성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5일 개성공단 폐쇄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 한국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에 사상최고 수준의 등급을 부여했던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최근의 남북대결을 이유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외신인도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외환 등 대외건전성 지표가 양호하고 중국과 소통채널도 열려 있어 정책방향을 수정할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보유고와 대외건전성 지표들이 과거 (위기 때)와 다르고 글로벌 금융공조도 갖춰져 있다”며 “중국과도 FTA 등 소통의 길이 열려 있고 다자간 채널이 있어 최대한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북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앞으로 우리경제도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