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일본 토요타는 지난해 2조1700만엔(약 23조800억원)의 순익을 올려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3월에 끝나는 2015 회게연도까지 3년 연속 순익이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토요타 노조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0.8% 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고작 3000엔(3만1200원) 오르는 것이다. 일본노동자총연합회 역시 올해엔 ‘기본급 약 2% 인상’으로 후퇴했다. 저유가와 낮은 인플레이션이 명목상 이유다.

더딘 임금인상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임금인상→가계소비 증가→소비회복→물가상승률 2%’의 선순환 구조가 밑단에서부터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이 올라야 개인들이 소비를 하고, 그래야 저물가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재닛 앨런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임금인상률’에 부쩍 신경을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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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ㆍ엔고ㆍ주가폭락에 발목 잡힌 日 임금상승…아베노믹스 뒷덜미를 잡다=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전체 작년 피고용자 보수(전체 피고용자에게 주는 임금 총액)는 3년전에 비해 0.9% 증가에 그쳤다. 아베 정부가 기업을 강하게 압박해 2년 연속 임금인상을 이루기는 했지만, 실적개선에 비해 속도와 폭 모두 실망스러운 수치다.

지난달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월간 근로통계조사를 보더라도 작년 11월 일본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전년대비 0.4% 하락했다. 일본의 실질임금이 떨어진 것은 작년 6월 3.0% 하락하고 난 뒤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낮은 임금상승은 민간소비가 되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자리 걸음인 임금이 개인소비 회복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엔 경제회복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구로다 BOJ 총재가 선순환 구조의 키를 잡고 있는 것으로 임금인상을 꼽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져야 소비가 되살아나고 ‘2% 물가상승률’도 맞출 수 있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달러당 113엔대까지 치솟은 엔고도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엔화 가치가 오르기 시작한 시점도 좋지 않다. 공교롭게 엔화가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 춘투(임금협상)와 맞물렸다.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엔고는 소비에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임금상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더딘 임금상승은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가 2분기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민간소비가 연율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3.3%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것도 부담이 됐다.

최근엔 주식시장의 침체로 인한 충격파도 소비 부문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달 주가폭락으로 기업들의 판매가 감소했다. 또 주식시장 침체로 일본 부유층 20%가 지난해 소비를 줄였다는 가계조사 결과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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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속타는 중앙은행=기업들이 임금상승에 인색하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상용직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2.3%에 그쳤다. 2014년 1.1% 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2012년3%, 2013년 2.5%에 비해 낮은 수치다. 특히 임시직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3년 5.2% 보다 크게 떨어진 0.6%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임금상승률 둔화, 자영업소득 부진 등으로 인해 가계소득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률 상승에 반색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8~10월 실업률은 5.2%로 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8~10월 보너스를 포함한 임금상승률은 전년대비 2.4%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6~8월(3.0%), 7~9월(3.0%)에 비해 둔화된 속도다.

영국 경영인 협회인 ‘인스티튜트 오브 디렉터스’(IOD)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마틴스는 지난해 말 “모든 게 완전 고용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12개월 내 임금과 인플레에 미치는 함의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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