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금융권이 내달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앞두고 금리혜택 및 고가의 상품을 내거는 등 고객유치에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탁수수료, 운용보수 수수료 등의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사전예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력상품 중 하나인 ELS의 원금손실 위험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무작정 상품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ISA도입이 자칫 불완전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도 주고 하와이도 보내주고…과열되는 고객유치경쟁=우대금리는 기본이고 자동차와 여행상품권까지 경품으로 등장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ISA 가입 예약 이벤트로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3월 11일까지 가입 예약을 하고 5월 31일까지 가입을 완료한 후 월 10만원 이상 자동이체 등록을 하면 추첨을 통해 승용차 아반떼(1명), LG트롬 스타일러 세탁기(2명) 등을 준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ISA상품 신규가입 고객 중 108명을 추첨해 골드바 37.5g(10돈), 여행상품권(100만원 상당), 골드바 10g(2.67돈), 문화상품권(1만원권 2매) 등을 증정한다. KEB하나은행은 LG 트롬 스타일러 세탁기를, 우리은행은 하와이 여행상품군을 상품으로 내걸었다 .광주은행 역시 ISA에 100만원 이상 납입한 소비자 중 추첨을 통해 300만원 상당의 유럽여행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KB국민은행은 아시아나 항공과 손잡고 은행 거래 실적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KB아시아나ONE통장’을 선보였다.

ISA 사전가입 이벤트는 증권가도 활발하다. NH투자증권은 ISA 상담을 한 사람 중 선착순 2000명에게 수익률 연 3.5%인 만기 91일짜리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에 가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KDB대우증권도 3월까지 ISA에 가입(1000만원 이상)하면 수익률 연 3.5%인 RP에 대한 가입 우선권을 부여한다.

현대증권은 6월까지 ISA 상담 예약을 하면 커피 기프티콘을, ISA에 가입하면 백화점 상품권(입금액에 따라 1만~5만원)을 준다. 앞서 미래에셋증권도 ISA 관련 퀴즈를 푼 200명에게 커피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원금손실가능성? 수수료? “설명은 없네”=경품을 내건 고객유치 경쟁이 자칫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다퉈 금융사들이 사전예약을 받고 있지만 상품 운용전략, 수수료 부과 방식 등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 모두 투자일임형이 허용돼 무엇보다 상품과 규정에 대한 설명이 중요하지만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금융사는 찾기 힘들다.

지금까지 ISA는 ‘비과세’ 부문만 부각됐지만 연 2000만원 가입한도에 2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단순 계산상 10%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10%이상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상품은 전무하다. 예금, 펀드, ELS 등이 편입되지만 이 같은 수익률을 올리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는 원금조차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고 예금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자고 매년 2000만원을 5년 동안 묶어두는 것도 올바른 재테크 방법인 지 의문”이라며 “국민 재산을 늘려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운용 전략, ISA에 편입될 금융상품에 대한 수수료 부과 방식 등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할 정보는 아직도 답이 나온 게 없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 우려도 크다. 예적금과 함께 ELS가 ISA의 주력상품이 될 전망이지만 이에 대한 이해확대 등의 노력은 찾기 힘들다.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폭락으로 이를 기반으로 한 ELS 상품 상당수가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하는 등 ELS에 대한 우려는 커졌지만 대책은 찾기 힘들다. 지난 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ELS 발행사와 판매사가 공동 설명회를 통해 ELS 투자 유의사항 및 주가 변동성 확대시 대응요령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길 바란다며 업계에 요청했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다. ISA 운용포트폴리오 안에 ELS가 포함되는데 자칫 판매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 계좌에 힘써달라면서 ELS에 대한 대응요령을 설명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은행과 증권사 모두 ISA계좌의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공동설명회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식 KB국민은행 강남스타 PB센터 PB는 “과거 ELS가 수익률이 좋아 원금손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이유는 박스권 장세였기 때문”이라면서 “최근처럼 변동성이 커지면 원금손실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에 대한 고객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16일 아시아권 주가폭락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ELS 제조ㆍ판매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금융당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금소원은 투자성 상품의 계약 철회기간 도입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 ELS 판매금지 및 사모 형태의 ELS 판매 제한 등을 제시했다. 고객투자성향제도와 투자설명서 제도 수정도 요구했다.